故전미선 유작된 '나랏말싸미', 베일 벗었다…송강호·박해일 "온기로 품어주길"(종합)

15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언론시사회가 열린 가운데, 조철현 감독과 배우 송강호, 박해일이 참석했다.  

故전미선의 유작이 된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감독과 배우들은 고인이 된 전미선을 애도했다. 송강호는 "너무 안타깝고 슬픈 과정이 있었다. 누구보다 감독님 이하 모든 스태프가 슬픔 속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영화 속에는 소현왕후의 천도제를 지내는 장면이 나와 먹먹함을 자아낸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천도제 촬영일이 하필 저희 아버님이 돌아가신 날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촬영을 끝내고 빨리 서울로 올라왔었다. 저희도 영화를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이 들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이 영화에 슬픈 운명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영화가 관객분들에게 슬픈 영화가 아니라 슬픔을 딛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을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털어놨다.  

박해일은 "기억이 생생하다"며 "고인과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 해서 너무 영광이고 아마 보시는 분들도 저희 작품을 따뜻한 온기로 품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철현 감독은 "천도제를 찍을 때 전미선씨는 없었다. 가이드 음악을 틀고 촬영을 했는데 연기자들이 많이 울어서 연출자로서 울지 말고 참아달라고 부탁했었다. (이야기 하는게) 힘들다"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고인의 신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조철현 감독은 "평소 여자들을 존중하고 심지어는 무서워한다. 여자들이야말로 대장부가 아닌가 한다"며 "가장 많이 상처받고 가장 많이 퍼주고 홍익인간 정신을 일상에서 구현해온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어 "어떤 분은 권력이 경제나 재벌쪽으로 넘어갔다고 하는데 21세기의 권력은 여성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기본 얼개를 한 명의 대장부, 두 명의 졸장부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그 대장부는 소현왕후다"고 말했다.  

또한 "故전미선씨가 직접 만들고 간 영화 속 대사가 있다. 세종한테 처음으로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데, 신미와 세종이 헤어졌을 때 '백성은 더 이상 당신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라고 한다. 그 대사는 전미선 배우가 직접 만든 대사다. 모든 지도자나 리더에게 여성이 할 수 있는 대사가 아닌가 한다"며 고인을 기렸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에 대해서는 "빚이 많고 상처가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왕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피 비린 권력 투쟁이 있었고, 형님 두 분을 제끼고 왕이 되는 과정, 왕이 되자마자 아버지에 의해 처가를 역적으로 몰아서 몰락시키는 과정 속에서 기본적으로 상처받은 인간이다. 그의 이면에는 인간적 빚이 많다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군주로서 뭔가 하지않으면 견딜 수없는 지점에 도달해서 한글을 창제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송강호는 "'나랏말싸미'가 많은 분들에게 고인을 기리고 세종의 고난의 역사, 외로움의 고통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영화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나랏말싸미'는 오는 24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