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숙현 동료들 "우리도 당했다…감독·주장이 폭행·폭언"

아시아투데이

[포토] 추가피해 증언하는 故 최숙현 선수 동료들
아시아투데이 이병화 기자 =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과 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 선수 추가피해를 증언하고 있다. 경주시청 팀에서 감독 등으로부터 가혹 행위에 시달리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故 최숙현 선수는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아시아투데이 배정희 기자 =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6일 경주시청팀 감독과 주장선수의 폭행 폭언 등 가혹행위를 추가로 폭로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 추가 피해자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에게 한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다”면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롬 팀은 그들의 왕국이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감독이 고 최 선수 등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A 선수는 “콜라 한잔 때문에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빵 20만원 어치를 최숙현과 함께 먹고 토하고 또 먹게했다”고 말했다. 이어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감독이) 견과류 통으로 머리를 때리고 뺨과 가슴을 때려 ‘다시는 안 먹겠다’고 싹싹 빌었다”고도 했다.

또 “감독에게서 인센티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지원금이 나오는데도 주장선수 명의의 통장에 사비로 80~100만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다”고 금전적인 피해 사실도 밝혔다.

팀의 최고참인 주장선수의 가혹행위도 폭로했다. A선수는 “같은 숙소 생활을 하며 24시간 폭력·폭언에 노출돼 있었다”고 밝혔다. B선수는 “주장선수는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을 시켰다”며 “훈련을 하면서 실수를 하면 물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를 옥상으로 끌고 데려가 ‘뛰어내리라’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또 “감기 몸살에 걸렸을 때도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해 부상을 입었다”고 폭로했다. B선수는 “저희를 비롯한 모든 피해자는 처벌 1순위로 주장 선수를 지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팀닥터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B선수는 “자신이 대학교수라고 말했다”며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심지어 심리치료를 받는 최 선수를 향해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는 발언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사과정에서 겪은 어려움도 컸다고 했다. B선수는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 당시 “‘최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은 더 보탤 수가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으며, 어떻게 처리될 것 같냐는 질문에 ‘벌금 20~30만원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고소하지 않을꺼면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도 밝혔다.

B 선수는 “제가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대회장에서 계속 가해자들을 만나고 보복당할 것이 두려워 진술인 조사 이후에는 훈련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경주시청 감독·주장 선수 “폭언·폭행 사실 아냐…사과할 마음 없다”

[포토] 문체위 출석한 故 최숙현 선수 감독 김모씨
아시아투데이 이병화 기자 =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감독 김모씨가 6일 국회에서 열린 故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가해자들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의 트라이애슬론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 침해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 선수에게 폭행·폭언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감독은 “폭행한 적이 없어서 사과할 수 없다”면서 “감독으로서 선수가 폭행당한 것을 몰랐던 부분의 잘못은 인정한다”고 관리 감독이 소홀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고인에게 사죄할 마음이 없느냐”고 묻자 폭행·폭언의 당사자로 지목된 감독과 주장 A씨, 남자 선수 B씨는 “폭행한 적이 없으니 사과할 마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원들은 최 선수가 관련 내용을 신고한 뒤 신속하게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임오경 의원은 “최 선수가 2월 6일 경주시체육회에 진정서를 냈는데, 경주시체육회는 14일 이내에 민원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결국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철인3종 팀 해체냐”라며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을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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