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커피 들고 버스 타는 사람 있나요?"…'음식물 반입금지' 실효성 논란(영상)

더팩트 / 변지영

2018-03-14 05:30:45


서울시가 시행하는 '버스 내 음식물 반입금지' 제도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음식물 반입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용산=변지영 기자
서울시가 시행하는 '버스 내 음식물 반입금지' 제도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음식물 반입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용산=변지영 기자

충분한 여론 수렴 없는 조례에 승객과 버스 기사 혼란만 가중시켜

[더팩트|용산=변지영 기자] 지난 9일 오후 6시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분주했다. 버스가 정류장 앞에 서자 몇몇 승객들은 손에 들고 있던 물병과 음료수 컵을 재빨리 쓰레기통에 버리고 버스에 올라탔다.


1시간 정도 지나자 정류장 쓰레기통 위로는 일회용 음료수 컵이 수북하게 쌓였다. 쓰레기통에 들어가지 못한 음료수 컵들은 정류장 한켠에 쌓여 '음료수 컵 탑'이 생기기도 했다. 쓰레기통 뒤편으로 '버스 내 음식물 반입 금지'를 홍보하는 노란색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날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는 바닥이나 의자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음료수 컵이 쉽게 눈에 띄었다.


지난 1월 4일 서울시는 음식물을 들고 탑승하는 승객들로 버스 내에서 분쟁이 빈번하다는 이유로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 '시내버스 재정 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하거나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되는 음식물로 인한 안전 사고를 예방한다는 취지에서다.



과연 현장의 반응은 어떨까. 지난 9일 <더팩트> 취재진은 퇴근 시간인 오후 6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서울역 앞의 정류장에서 버스에 탑승하는 승객들을 관찰했다. 이날 버스 정류장을 거쳐간 승객들 중 음식물을 들고 탑승하는 승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간혹 컵을 들고 버스에 올라탄 한 두명의 직장인들이 기사의 제지로 급히 쓰레기통에 컵을 버리고 다시 승차했다.


1시간 반 가량이 지나고나서야 한 여성이 507번 버스에 절반 정도 내용물이 남아있는 음료 컵을 들고 승차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취재진도 재빨리 빈 컵을 들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 기사는 컵을 쳐다볼 뿐 별다른 제지는 없었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승객은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은 채 음료수를 마셨다. 간간히 '타 승객에게 피해를 주는 뜨거운 음료 등 음식을 들고 탑승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서울시에서 홍보하는 음식물 반입 금지 안내문이나 안내방송에서도 '구체적인 금지 품목'은 적혀있지 않다.
 /변지영 기자
서울시에서 홍보하는 음식물 반입 금지 안내문이나 안내방송에서도 '구체적인 금지 품목'은 적혀있지 않다. /변지영 기자

◆ 모호한 '반입 금지 음식물' 기준에 혼란스런 승객들


조례에 따르면, 버스 기사는 음식물을 가지고 탑승하는 승객의 탑승 제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버스 기사들은 해당 조례안의 '음식물 반입 금지 기준'이 모호해 실효성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기사들 재량껏 승객들의 탑승을 제재해야하는 상황이라 난처하다는 것.


앞서 507번 버스를 운행한 기사 정모(58) 씨도 "기준이 애매해 기사들 사이에서도 반입 가능한 음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오히려 조례가 승객들과 버스 기사들 사이의 실랑이만 키우는 것 같다"고 난감함을 표했다.


실제 조례안에는 '불결·악취 물품의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을뿐 어디에도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 구체적인 예시나 기준은 언급돼 있지 않았다. 정류장에 부착된 음식물 반입 금지 안내문과 버스 내 안내 방송에서도 구체적인 금지 기준을 찾을 수 없었다.


이처럼 같은 음식물을 들고 타더라도 버스 기사의 재량에 따라 제재 수위에 차이가 나자 승객들도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매일 저녁 서울역에서 버스를 탄다는 이현식(29) 씨는 "햄버거를 포장해 탔는데 버스 기사가 반입이 안된다고 승차를 거부했다. '어제는 가능했는데 오늘은 왜 안되냐'고 묻자 기사가 '버스 기사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 강성광 (35)씨는 "지난 8일 버스를 기다리던 중 앞 차에서 캔 음료를 소지해 승차를 거부 당한 승객이 후속 버스에서는 승차가 허용되는 경우를 목격했다"면서 "어떤 것이 맞는 것이냐"며 의아해 하기도 했다.


반입 기준이 들쑥날쑥하자 기준에 대한 시민들의 문의도 늘었다. 실제 서울시 다산콜센터 교통민원팀의 한 상담원은 "최근 '어떤 음식물까지 반입 되는 것이냐'는 질문부터 '취식이 아니라 포장해 가져가는 것인데도 탈 수 없느냐', '경기도에서 탄 버스가 서울까지 가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등 조례에 대한 질문이 늘었다"고 전했다.


일부 승객들은 조례가 개정되고 난 뒤 오히려 정류장 주변에 넘치는 쓰레기로 어수선해졌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버스 기사들은 음식물을 들고 타는 승객에게 권고 차원의 승차거부를 할 경우, 반입 금지 음식물의 기준이 모호해 마찰이 빚어지가 십상이라고 말한다.
 /변지영 기자
버스 기사들은 음식물을 들고 타는 승객에게 권고 차원의 승차거부를 할 경우, 반입 금지 음식물의 기준이 모호해 마찰이 빚어지가 십상이라고 말한다. /변지영 기자

◆ 강제성 없는 '승차 거부' 권한에 버스 기사들 '난감하네'


버스 내에 음식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도 문제로 드러났다. 만약 음식물을 든 승객을 태웠다가 갈등 상황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안전운행 조례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명목으로 버스 기사가 과실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조례안에 따르면, 승객이 음식물을 가지고 탑승하는 경우 버스 기사의 승차 거부 권한이 의무 규정이 아닌 재량 규정이기 때문에 과태료를 무는 등의 강제성은 없다. 때문에 버스 기사들 사이에서는 조례가 버스 기사에게 현실과 동떨어진 권한과 책임만 전가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렇다보니 실제 승객과의 소모적인 마찰로 운행에 차질을 빚기 싫어 음식물을 든 승객들을 모른 체 한다는 기사들도 있었다.


은평구 차고지에서 차를 정비중이던 버스 기사 조모(39) 씨는 "승차 거부를 했음에도 승객이 항의할 경우, 과태료 등 법적인 강제성은 없어 마찰이 불가피하다"면서 "마찰이 생기면 차량 운행도 늦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해 완강히 거부하지 못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버스 기사 한 모(54) 씨는 "기사에게 탑승 금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까 봐 찜찜하더라도 강력하게 승차를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버스 기사들 사이에서는 '제재 권한이 애매한 상태라 기사들 사이에서 괜한 불똥을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조례안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상태였다.



실제 시내 버스 음식물 반입과 관련한 시민들의 불만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변지영 기자
실제 시내 버스 음식물 반입과 관련한 시민들의 불만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변지영 기자

◆ 근거도 없이 '개괄적인 여론 수렴?' 조례 취지 무색해


실상이 이렇다보니, 제도의 도입 취지 자체에 대해 의문을 갖는 시민도 있었다. 직장인 강한결 (35)씨는 ""음식을 들고 타는 사람이 아직도 있느냐"면서 "6년 가까이 서울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지만 음식을 취식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기사들에게 승차 거부를 시키는 등 시민이 지켜야 할 예의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행정 과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조례안이 발의될 당시, 버스 기사나 승객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 측 관계자는 "조례가 개정되기 전에는 버스 내 음식물 피해 관련 민원이 거의 없었다"면서 "개정되고 나서부터는 15건 중 1건 정도로 '가뭄에 콩나듯' 관련 문의가 오곤 한다. 굳이 조례의 필요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서울시 측도 현장의 의견 수렴 없이 성급하게 도입한 조례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서울특별시 교통본부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급하게 '조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내부에서도 나와 시행 당시 반대가 많았다"면서 "사전에 운전 기사들과 운행사의 의견을 취합하는 등, 시가 상의를 통해 어느 정도의 기준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조례가 시행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1월 이 개정안을 발의할 당시, 유광상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버스는 흔들림이 심한 교통 수단인데, 이때 커피나 음식물이 쏟아져 옆에 있는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등 음식물로 인한 분쟁이 잦았다"며 개정 취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조례안의 제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음식물로 인한 시민들의 불만에 대한 근거도 없었다. 버스조합 측에 따르면 시내 버스 음식물 반입과 관련한 시민들의 불만 문의는 거의 없었다. 서울시 교통본부 버스정책과 관계자도 "한 해에 1만800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된다. 그 중 음식물 관련 민원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이에 유광상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시 개정안 발의는 개괄적인 여론을 수렴해 결정한 것"이라면서 "실제로 불만 민원의 통계치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유 의원은 "버스 기사의 승차거부 권한에 강제성을 두지 않은 것은 이 조례가 시민의 성숙한 의식으로 지켜나갈 사안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시행 초기인 만큼 현장의 반응을 살펴 반입 음식물의 범위라던지 큰 틀에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hinomad@tf.co.kr


핫포토

스토리카드
의사들이 절대 먹지 않는 식중독 유발 음식
개 산책시킬 때 조심해야 하는 꽃이 있다?!
다크서클에 도움이 되는 특급 비법 3가지
시선강탈! 유쾌한 아이디어로 만든 미니어쳐 세상
토마토에 설탕 뿌려 먹으면 안되는 이유
헥헥! 매운 음식 먹을 때 효과 있는 음식 궁합은?
휘핑크림보다 설탕을 넣어 마시는 게 나은 이유
내성적인 사람이야말로 리더에 적합하다?
이 가족이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해진 이유
쇼핑하면서 서핑도 한다? 그게 가능해?
나만 몰랐던 일상용품의 잘못된 사용법
고정관념을 바꾸면 더 편리해지는 사소한 행동들
거의 매일 사용하지만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물건 TOP5
AI가 누드화를 그렸다고????(당황)
빈 속에 우유마시면 안 좋다고 하는 과학적인 이유
도플갱어설 돈다는 이태임-이엘리야-클라라
요즘 가장 최신 트렌드 인테리어 디자인은?
조선 왕실 최초의 유치원
조선의 마지막 왕녀, 덕혜옹주가 일본에서 보온병을 들고 다닌 이유
남극 일진이라고 불리는 아델리펭귄의 횡포
한국 식당을 방문한 외국인이 깜짝 놀라는 문화
소속사는 다르지만 절친으로 소문난 아이돌들
대한민국 어느 집에나 있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다이어트 식품
최근 화제라는 헐리웃 스타의 자택 클래스
세상에서 가장 젊게 사는 `꽃할배` TOP5
디즈니 남자주인공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
쓰다듬고 싶은 멍뭉미 대표 남자 연예인 BEST5
전세계를 웃기고 울린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일상들
초동안 얼굴로 20대에도 아역 연기한 배우들
마라톤 대회에서 꼴찌였던 학생이 우승한 이유
실시간 베스트
  • 1은행에 통쾌한 한 방을 먹인 남자
  • 2지코, 우진, 마크, 뷔... 남돌들의 깜짝 놀랄만큼 웃긴 재채기 모음
  • 3유럽 승승장구-남미 고전, '삼바군단' 브라질이 흐름 바꿀까
  • 4"좋은 가정 꾸릴것"..조정석♥거미, 결별설도 이겨낸 천생연분[종합]
  • 5美대법원, 26년 만에 판매세 소송서 주정부 손들어줘...아마존은?
  • 6中, 한·미·대만산 스티렌에 최고 55.7% 관세 부과
  • 722개월 아기가 지능적으로 침대 탈출하는 현장
  • 8자신의 피부를 부끄러워 하지마세요
  • 9조현우의 MOM을 막아라...멕시코전, 화두는 결국 수비
  • 10'조재현 미투' 최율 남편 정휘량, “아내 힘들어해..악플 멈춰달라”
  • 11인텔 CEO, '사내연애 금지' 조항 어겨 사임
  • 12"무역전쟁, 6개월내 실적악화로 반영될 것"…공포에 떠는 기업들
  • 13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나 물이 쏟아지는 것 같은 희귀한 자연현상!
  • 14세계의 신기한 광경모음
  • 15시진핑이 트럼프에 준 93조원 '선물보따리'도 취소 위기
  • 16야노 시호 하와이 이주 눈길 “국제적인 환경에 딸 두고 싶다”
  • 17곱창→짜장면→?..'나혼자산다'가 정해주는 주말 메뉴
  • 18"참 어렵네요" 만족없는 박건우, 끊임 없는 자기 반성
  • 19세계에서 제일 비싼 과일 6가지(무등산 수박 ?위)
  • 20길거리에서 노래 나오면 꼭 이러는 애들 있음
  • 21산다라박 "시간돌릴 수 없어, 아쉬움 남는다"
  • 22日아베 3연임 성공할까…자민당 총재선거 9월 20일 실시
  • 23걸스데이 유라, 미스코리아 대회 MC 발탁 "美 동경, 영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