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명콤비' 강석 김혜영의 씁쓸한 퇴장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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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쇼'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청취자들께서도 행복하셨다고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습니다. " 강석 김혜영이 '싱글벙글쇼' 마이크를 놓은 뒤 청취자들 사이에서는 긴 여운과 안타까움이 교차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청취자들 "부득이한 속사정 있었다면 교체 아닌 폐지가 옳다"

[더팩트|강일홍 기자] "전국에 계신 노래자랑 가족 여러분, 한 주일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그리고 오늘도 지구촌 곳곳에서 새로운 희망 속에 열심히 살아가시는 해외 우리 동포 여러분, 해외 근로인 여러분, 해외 자원봉사원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일요일의 남자 송해가 인사 올리겠습니다. "



매주 일요일 낮이면 어김없이 안방극장을 찾는 이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전국노래자랑 MC 송해다. 아흔을 넘기고도 당당히 마이크를 잡고 있는 그의 건재함은 국내 시청자들은 물론 해외 동포들게도 어느덧 자랑거리가 됐다.


'전국노래자랑'은 장장 48년의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공영방송 KBS 장수 프로그램이다. 전신인 'KBS배 쟁탈 전국노래자랑'이 1972년 1월 첫 방송 됐고, 8년 뒤인 1980년 11월부터 현재 명칭으로 바뀌어 방영되고 있다. 국내 방송 사상 최초로 '단일 TV 프로그램 30년'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초기엔 고 이한필 아나운서를 필두로 이상용 고광수 최선규 등이 맡아오다 88년 5월 8일부터 송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시청자들은 기존 아나운서들의 정형화된 멘트가 아닌 송해의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진행방식에 차츰 길들여졌다.


"처음부터 이렇게 오래 하리라곤 생각 못 했지만, 이젠 안 하면 섭섭할 것 같아요. 힘에 부치기는커녕 몸이 아프다가도 녹화날만 되면 신기하게 가뿐해져요." 구순을 넘긴 송해가 최 장수프로그램 진행자로서 당당히 자존심을 지키는 비결은 시청자들의 압도적인 충성도다. 그런 그도 잠시 마이크를 놓은 적이 있다. MC로 사랑받은 지 6년 만인 1994년 제작진과의 갈등으로 교체돼 김선동 아나운서에게 잠시 마이크를 넘겼다. 이후 빗발치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송해는 6개월 만에 복귀한다. 그의 가장 큰 우군은 다름아닌 시청자다.


라디오 DJ의 가장 흔한 교체카드는 청취율이지만 '싱글벙글쇼'의 인기는 여전하다.
 청취자들은
라디오 DJ의 가장 흔한 교체카드는 청취율이지만 '싱글벙글쇼'의 인기는 여전하다. 청취자들은 "강석 김혜영이 떠난 '싱글벙글쇼'는 고유한 향기와 맛을 잃었다"고 말한다. /MBC제공

"항상 '그날이 오겠지', '그날이 오면'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오늘 그날이 왔네요. 청취자 여러분과 이별을 고하는 그날, (바로 오늘)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을) (제)가슴 속 깊은 선물로 가져가겠습니다. 긴 시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혜영)


"죽어서 신 앞에 가면 두 가지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너는 행복했느냐,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느냐고요. 저는 '싱글벙글쇼'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청취자들께서도 행복하셨다고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강석)


강석 김혜영이 지난 10일 오픈스튜디오 스페셜 라이브로 진행한 MBC 표준FM '싱글벙글쇼'(95.9MHz) 고별 방송과 함께 각각 36년, 33년 만에 잡은 마이크를 놓았다. 마지막 곡으로 강석이 신청한 장미여관의 '퇴근하겠습니다'를 들은 두 사람은 각자 청취자들을 향해 깊은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이들은 2시간 스페셜 생방송을 마감하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날도 어김없이 청취자들의 귀에 익숙한 '돌아와요 부산항에' 시그널로 시작한 두 사람은 오프닝에서 "울지 말고 웃으며 헤어지자"고 약속했지만, 결국 마무리는 눈물바다였다.


"항상 '그날이 오겠지', '그날이 오면'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오늘 그날이 왔네요." '싱글벙글쇼'는 시사 풍자전문 라디오 프로그램의 원조다. 강석 김혜영은 MBC 라디오국에서 20년 이상 진행한 DJ에게 주는 골든마우스상을 받았다. /MBC 제공

강석 김혜영이 갑작스럽게 '싱글벙글쇼' 마이크를 놓은 뒤 청취자들 사이에서는 긴 여운과 안타까움이 교차하고 있다. 고별 방송을 끝으로 마이크를 떠난 강석 김혜영은 단일 라디오 프로그램 사상 무려 33년간 호흡을 맞춘 단짝 콤비다. 두 사람은 지난 87년부터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싱글벙글쇼'를 진행하며 청취자들로부터 독보적 사랑을 받았다. 이들의 하차소식이 알려진 직후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청취자들의 아쉬움과 함께 "교체하려거든 폐지하라"는 항의성 글들이 쉴새없이 쏟아졌다.


'싱글벙글쇼'는 시사 풍자전문 라디오 프로그램의 원조다. 과거 '유공쇼' '코끼리쇼' 등으로 방송됐던 프로그램의 후신으로, 1973년 10월 8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47년의 국내 최 장수 라디오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허참, 송해, 박일, 송도순 등이 DJ를 거쳤고 강석은 1984년부터, 김혜영은 1987년부터 각각 마이크를 잡았다. 두 사람은 MBC 라디오국에서 20년 이상 진행한 DJ에게 주는 골든마우스상을 받았다. 강석은 특유의 코믹 성대모사로 '강가의 돌멩이' '돌도사' 등의 별칭으로 통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청취자가 외면하면 언제라도 떠나는 게 이치다. 라디오 DJ의 가장 흔한 교체카드는 청취율이지만 청취자들에게 '싱글벙글쇼'의 위상은 다르다. 강석 김혜영이 떠난 '싱글벙글쇼'는 고유한 향기와 맛을 잃었다고 말한다. 강석은 36년간 모친상을 빼곤 자리를 지켰고, 결혼 당일조차 방송을 진행한 김혜영은 유일하게 출산 때 딱 한번 대타(주현미)에 양보했을 뿐이다. 이들의 씁쓸한 퇴장을 보며 청취자들이 "부득이한 속사정이 있었다면 차라리 교체가 아닌 폐지 수순을 밟았어야 옳았다"고 말하는 이유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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