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특검, '삼바'로 압박...이재용, 손경식 회장 증인 신청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 오후 파기환송심 2차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이선화 기자

특검, 대법원 판결 강조...이재용 측 "대가성 없어"반박

[더팩트ㅣ서울고등법원=송은화 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2차 공판에서 특검은 '살시도(정유라가 탄 말 3마리 중 한마리)' 자체를 횡령의 객체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의혹 관련 수사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며 이 부회장 측을 압박했다.

반면 이 회장측은 승마지원과 영재센터 지원금에는 대가성이 없다고 맞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질책에 따른 지원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손경식 CJ 회장 등 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손 회장 증언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기업을 압박한 사실을 증명, 삼성의 뇌물공여가 수동적 성격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2시 5분부터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등 삼성 관계자에 대한 파기환송심 2차 공판을 진행했다. 당초 예고대로 유무죄 판단에 대한 심리 절차가 진행된 이날 공판은 15분 간의 휴정을 제외하고 2시간 40분가량 열렸다.

먼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프리젠테이션, PT발표를 통해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특검은 1심에서 무죄로 선고한 정유라가 탄 말 '살시도' 자체를 횡령의 객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과 차량에 대한 무상사용 이익이 뇌물공여에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또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관련 기존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 부정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인정한 점을 강조하며,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유죄로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과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자료 등을 추가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 측은 "박 전 대통령이 단독면담에서 이 부회장을 심하게 질책했다"며 자발적 지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미국의 웬델 윅스 코닝 회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3명의 증인 중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손경식 CJ 회장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1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에 출석해 "청와대에서 박 전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 부회장을 퇴진시키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이 부회장측 변호인들은 이 점을 고려해 손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수동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수동적인 뇌물 공여라는 사정을 인정받아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법은 지난달 신 회장에 대해 이 형을 확정했다.

이날 특검은 재판부에 차기(3차) 공판에서 특검 측에 20분 정도를 더 할애해줄 것을 요청했다. 양형 설명 전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 씨의 대법 판결을 설명하는 시간을 확보하려는 취지이지만, 이날 항소 이유 등을 40분 내로 설명한 특검과 달리 이 부회장측 변호인들은 1시간 20분 넘는 시간을 할애해 차등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특검측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3차 공판에서 특검측이 20~30분 정도 대법원 판결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드리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12월) 6일 한 차례 더 공판을 진행하고, 증인 채택 여부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 오후 파기환송심 2차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이선화 기자

앞서 지난달(10월) 25일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앞두고 "많은 분들께 심려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이 부회장은 이날은 법정 출석 전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법정에서는 대체로 재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항소 이유를 설명하는 특검 측의 PPT를 집중해서 응시하다 의자를 뒤로 빼 앉기도 했다. 또 물을 마시며 변호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양복 주머니에서 립밤을 꺼내 손으로 가린채 입술에 바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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