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원도 산불 그 후…잿더미로 변한 삶의 터전, 소상공인 속도 타들어간다

아주경제

“전재산을 잃었는데 소상공인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생수 1병도 없다. ”

18일 오전 11시 서울에서부터 시외버스를 타고 약 3시간을 달려간 강원도 속초시와 고성군의 모습은 참혹했다. 지난 4일 강원도 일대를 집어삼킨 대형 산불이 난 지 보름 가까이 지났지만, 피해 현장은 건물 잔해를 치우는 포크레인 소음과 자욱한 먼지로 가득했다.


그을리고 찌그러진 1000평짜리 단독건물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곳곳에는 유리조각과 플라스틱 잔해가 한가득 쌓였고 창고 안에는 여름에 팔기 위해 쌓아둔 재고 대신 새까맣게 타버린 물품만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었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 위치한 건어물제조 공장이 지난 4일 발생한 산불로 무너져 내렸다. [사진=김태림 기자]



고성군에서 40년간 건어물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곽모씨(60대)는 산불로 114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공장 건물을 비롯해 모든 공구와 상품이 전소됐다. 곽씨는 하루아침에 전재산을 잃었지만, 정부에서 나오는 보상금은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곽씨는 “복구하기 위해선 최소 1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우리) 연매출이 20억원 정도인데 정부에선 기준 조건보다 낮아 대출해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특별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매출 규모만 따져 대출해 준다면, 대기업만 제대로 된 지원금을 받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그는 “대출도 쉽지 않은데 (우리에겐) 피해 보상금도 없다. 피해 가옥에는 가구당 1300만원의 보상금이 지원되지만 소상공인들에겐 물 1병의 지원도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지난 4일 발생한 산불로 인해 재고창고 안에 있던 노가리가 종이박스 등 잔해물과 뒤섞여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사진=김태림 기자]



속초시 사정은 고성군보다는 조금 더 낫다. 시에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임시 컨테이너를 지어줬다. 두부공장, 젓갈공장, 카센터 등 소상공인들은 각자 컨테이너 안에서 앞으로 생계에 대해 고민해보지만, 막막한 현실에 한숨만 나온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장사동에서 30년간 천막제조‧임대업체를 운영하는 임모씨(50대)는 “불이 날 당시 난리도 아니었다”며 “사무실 앞마당에 불똥이 떨어졌다. (불똥이) 날아오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며 당시의 아찔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시에서 나온 사람을 따라서 대피하고 난 뒤 돌아와 보니 사무실 재고창고, 공구창고가 홀라당 불에 타버렸다”며 “4월부터 10월까지가 성수기다. 하지만 복구작업이 적어도 6개월 이상이 걸리게 돼 1년 장사도 물건너갔다”고 호소했다.

임씨는 빠른 시간 안에 복구하기 위해 조립식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조립식 건물은 화재에 취약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임씨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에 위치한 한 소상공인업체에서 지난 4일 발생한 산불로 인한 잔해물 처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김태림 기자]



이철 속초시 소상공인연합회장은 “피해 입은 소상공인들 사연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절박하다. 현재 법에선 재난이 일어났을 때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없다. 정부에서 대출 한도를 늘리고 금리는 낮췄지만, (우리에겐) 빚내서 재기하라는 말처럼 들린다”고 일갈했다.

이날 피해 소상공인에게 구호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정부는 대출로 해결할 게 아니라, 소상공인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림 기자 ktae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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