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개 혐의 ‘피고인’ 양승태, 형사 법정 선다

아주경제 / 조현미 기자

2019-02-12 14:02:55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구속기소됐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11일 구속기소됐다. 사법부 수장 출신이 직무와 관련한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것은 71년 사법부 역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퇴임하며 법원을 떠난 지 1년 5개월 만에 전·현직 사법부 수장 가운데는 처음으로 형사사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공소장에는 모두 47개 범죄사실이 담겼다. 주요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 방해 △공전자 기록 위작·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을 박근혜 정부와 ‘재판거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일본 측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해 김앤장 소속 변호사와 양 전 대법원장이 면담한 결과가 담긴 내부 보고문건을 확보하기도 했다.

소송 결과를 뒤집거나 지연시켜 박근혜 정부는 외교적 이득을,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추진이나 법관 재외공관 파견 등의 목적을 챙기려고 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에 직접 관여한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2012~2017년 사이 매해 사법행정이나 특정 판결을 비판한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려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 일부 판사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사법행정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문책성 인사 조치를 당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공작 사건, 옛 통합진보당 관련 행정소송,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사용 등을 공모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62)·고영한(64)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기소했다.  박 전 대법관은 각종 재판개입과 헌법재판소 내부기밀 불법수집,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등 33개 혐의, 후임이던 고 전 대법관은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영장재판 개입, 판사 비위 은폐 등 18개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앞서 두 차례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구속)도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가담한 혐의로 추가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현미 기자 hmch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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