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해지는 中 "홍콩 시위는 매국"…5년전 '경제악화' 핑계 재등장

아주경제 / 이재호 기자

2019-08-11 15:08:41

[사진=인민일보 ]



홍콩 시위 사태에 대한 중국의 대응 방식이 갈수록 과격해지는 모습이다.

시위 주도 세력을 '매국노'로 규정하는가 하면, 그들에 대한 '백색 테러'를 용인하는 듯한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중국은 시위 장기화에 따른 홍콩 경제 악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시위 반대 여론 확산에 나섰다.

◆"홍콩 독립 분자가 미국에 애걸" 비난

중국은 홍콩 시위 사태의 외세 배후설을 기정사실처럼 전하며 시위 주도 세력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11일 '반중란항(反中亂港·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히는) 분자 매국의 진면목을 폭로한다'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홍콩 독립 단체의 두목과 미국 영사관의 관리가 호텔에서 밀회를 한 게 홍콩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며 "홍콩 폭력 세력과 외세의 유착이 밝혀졌다"고 비난했다.

이는 홍콩 대공보 등의 매체가 조슈아 웡(黃之鋒)를 비롯한 홍콩 야권 인사와 주홍콩 미국 총영사관의 영사가 만난 사진을 게재한 데 따른 반응이다.

신화통신은 "미국이 국제법과 국제 관계의 기본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며 "홍콩 독립 분자들도 미국을 주인으로 섬기며 홍콩 경찰에 장비를 수출하지 말라고 애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자기 잇속을 챙기기 위해 홍콩의 미래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모두가 힘을 합쳐 폭동을 멈추고 집안의 평안을 지키며 국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시위 사태의 배후로 지목 중인 홍콩의 언론 재벌 지미 라이(라이치잉·黎智英)에 대한 친중 세력의 물리력 행사도 발생했다.

홍콩 동방일보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20여명의 친중 세력이 지미 라이의 자택에 몰려가 '미국의 앞잡이', '홍콩에 화를 부르는 검은 손'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넥스트 디지털 미디어 그룹의 창업자인 지미 라이는 지난달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만나 홍콩의 자율성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인물이다.

홍콩 경찰은 시위가 끝난 뒤에야 현장에 출동해 상황 파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홍콩 시민들이 드디어 '홍콩을 어지럽히는 어둠의 세력'에 대해 행동을 취했다"고 표현하며 "이들은 '지미 라이는 매국노, 홍콩을 떠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관영 매체를 동원해 홍콩 시위를 주도하는 세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자칫 이들을 상대로 한 백색 테러를 용인한다는 신호로 인식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부터 홍콩 국제공항 점거 시위에 나선 시위대. [사진=연합뉴스]



◆5년 전 '경제 위기론' 카드 다시 꺼내

홍콩 시위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중국과 홍콩 당국은 경제적 타격이 심각하다며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014년 '우산혁명' 때와 유사한 대응 방침이다. 우산혁명은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 선거 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어진 민주화 시위다.

당시 중국 중앙정부의 권위주의적 대응과 함께 경제 악화에 대한 우려로 홍콩 내에서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시위는 79일 만에 종료됐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위로 경제 침체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며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강변했다.

신화통신은 "7~8월은 홍콩 여행의 성수기인데 시위와 폭력 사태로 인해 여행객이 두자릿수 이상 감소할 전망"이라며 "6월 중 호텔 예약률이 전년 동월보다 3%포인트 하락했고 7월에는 하락폭이 더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추이딩방(崔定邦) 홍콩관광촉진회 사무총장은 "7월 말부터 동남아 관광객이 80~90% 정도 급감하는 중"이라며 "이달에는 동남아 관광객이 400여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홍콩중소기업총상회와 홍콩소매관리협회 등도 성명을 통해 시위 사태로 매출 급감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지난 9일부터 시작된 홍콩 국제공항 점거 시위가 십자 포화를 맞고 있다.

신화통신은 "검은 옷을 입고 입국장을 점령한 시위대 때문에 여행객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며 "경찰의 승인을 받지 않은 시위 때문에 공항 직원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이재호 특파원 qingq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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