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노딜, 북한의 '판 흔들기'"…협상 재개 여부는?

아주경제 / 정혜인 기자

‘스톡홀름 노딜’ 이후 북·미 간 신경전이 지속되면서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먹구름이 끼었다.

북한이 협상 결렬에 대한 모든 책임을 미국에게 돌리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철회까지 시사하는 등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스톡홀름 실무협상 북측 협상 대표자로 나선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7일 오전 귀국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2주일 후 회담을 진행하냐’는 질문에 “미국이 판문점 회동 후 100일 가까이 아무런 셈법을 만들지 못했는데 2주 안에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회담이 진행되느냐 마느냐는 미국 측에 달려있다”면서 “미국이 제대로 준비 안되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고 경고했다.  ‘끔찍한 사변’은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 유예 철회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미국 국무부는 협상 결렬 이후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대표단과 좋은 논의를 했다”고 반박한 뒤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포괄적 합의'와 더불어 '영변 폐기+알파(α)' 등 비핵화 조치에 따른 연락사무소 개설 등의 안전보장 조치, 섬유·석탄 수출 제재의 유예 등 일부 제재 완화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을 향한 강도 높은 북측의 비난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전에 결렬 선언을 준비하는 등 강경한 태도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 한다고 보고 있다. 탄핵 위기 속 내년 재선을 목표로 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간 대화를 외교 성과로 내세우는 것을 겨냥해 북한이 강경책을 내세워 원하는 바를 얻고자 했을 것이란 의미다.

북한이 실무협상 과정에서 언급된 ‘2주 내 재협상’ 제안은 거부하고 미국에 연말까지 시한을 제시한 것도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2주 이내에 다시 협상하자는 제안은 거부하고 연말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은 미국 측에 더 양보하라고 압박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앞으로 3개월 동안 북미 실무협상 대표들이 수시로 만나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해 협의해도 연말까지 북·미 모두가 만족할 만한 구체적인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한이 원하는 방안을 미국에 연말까지 제시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비핵화 협상 의지를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측의 행동에 대해 “판 흔들기” 전술이라고 분석하며 “비핵화 협상 동력이 떨어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연말까지는 새로운 셈법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스웨덴 외교부가 제안한 2주는 아니지만 3주 내지 4주 정도의 기간을 두고 실무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내 한반도 문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즈미 하지메 도쿄코쿠사이대학 교수도 연내 북미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의 '창조적인 제안'은 단계적 비핵화일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지금까지 조치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 것을 미국이 응하지 않아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협상 대표로 참석한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7일 귀국차 경유지인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추후 회담 여부는 미국에 달려있다면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오른쪽부터 김대사,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국장, 김광학 미국연구소 연구사. [사진=연합뉴스]


 

정혜인 기자 ajuch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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