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5억·폭행·부정입학으로 얼룩진 빙상계…교육부, 관련 한체대·연세대 교수 검찰 고발

아주경제

[사진=연합뉴스]


기부금 명목으로 현금 5억8920만원 수령, 학생 선수 상습 폭행, 체육특기자 입학 전형에서 특정 학생 점수 수정…. 온갖 비리로 얼룩진 빙상계에 결국 철퇴가 내려진다. 교육부는 21일 교육신뢰회복추진단(이하 추진단) 제5차 회의를 열어 비리가 확인된 한체대, 연세대 교수들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한체대 감사는 그동안 제기된 빙상계 (성)폭력 등 비리의혹뿐만 아니라 교육부와 한체대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각종 제보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확인하는 등 대학운영 전반에 걸쳐 진행됐다.

당초, 14명의 감사단이 2월 11일부터 22일까지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1차례 연장(2월23일~2월 26일)과 2차례 추가조사(2월 27일~2월28일, 3월12일)를 포함해 총 17일간 실시됐다. 재학생·졸업생 및 외부 관계자들까지 대면조사 또는 유선·메일로 사실관계를 밝혔다.

연세대의 경우 아이스하키 체육특기자 입시 관련 언론 및 민원을 통해 제기된 내용을 바탕으로 체육특기자 입학전형 운영 과정 전반에 대해 점검 하는 한편, 평가과정에서 부실 및 외부의 영향력은 없었는지를 집중 점검했다.

가장 문제가 됐던 한체대 A교수 비리의혹은 크게 △폭행 △금품수수 △특혜제공 등이었고, 나머지 교수들의 비리를 포함하면 82개의 비리가 적발됐다.

체육학과 빙상부 A교수는 실내 빙상장 락커룸에서 사설강습팀 B코치가 강습생을 폭행한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피해자 동생이 한체대 쇼트트랙 선수임을 이용해 부모를 압박했다.

이로 인해 대학에서 피해학생과의 격리조치를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제3자를 통해 피해학생들을 만나 졸업 후 거취문제를 거론하는 등 3차례에 걸쳐 접촉했다.

작년 4월 빙상연맹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 직전에는 폭행피해 학생의 아버지를 만나 감사장에 출석하지 말도록 회유하기도 했다.

◆400만원 고가 자전거 2대, 수당 1252만원 갈취

또한, 빙상부 학생이 훈련용도로 협찬받은 4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자전거 2대를 넘겨받았다. 스케이트 구두 24켤레를 가품으로 납품받는 방법으로 특정업체가 대학으로부터 정품 가액 합계 5100만원을 지급받게 한 사실도 적발됐다.

최근 15년간 부양가족 변동신고를 하지 않고 가족수당 및 맞춤형 복지비 합계 1252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쟁입찰 등 정상적 절차를 따라서 사용하는 교내 실내 빙상장과 수영장 이용도, 사용신청서만으로 영리 사설강습팀에 대관함해 소수의 단체들만 장기간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한 정황도 확인됐다.

특히, 2011년 이전부터 실내 빙상장 내 2개의 락커룸(각 36㎡)과 이에 딸린 샤워실 및 화장실(각 9㎡)을 A교수의 제자들이 운영하는 쇼트트랙 사설강습팀 전용공간으로 무상 제공했다. 락커룸과 잠금장치를 설치함에 따라 샤워실에서 사설강습팀 B코치가 강습생들을 폭행한 사건이 실제 발생했다.

A교수는 대관허가 및 사용료 징수 없이 2015년부터 약 40개월간 제자인 C코치가 운영하는 사설강습팀 20여명에게 재학생들과 함께 훈련하도록 특혜도 제공했다.

3개 사설강습팀에서 초·중학교장 명의로 빙상장 대관 신청을 했음에도 대학에서 해당 학교가 아닌 사설강습팀에 승인통보를 함으로써 학교측에서는 4년 넘게 학교장 직인이 위조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사실도 밝혀졌다.

◆지원금과 별도로 5억8920만원 현금으로 걷어 증빙자료 없이 사용
이번 감사에서 일부 교수들이 학생 및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사실도 드러났다.

사이클부 D교수는 추석명절 및 스승의 날 즈음 학부모 대표로부터 2회에 걸쳐 120만원을 받았고, 볼링부 E교수는 스승의 날에 학부모로부터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수수했다.

특히, E교수는 국내외 대회 및 훈련에 수회 참가하면서 대학의 지원금과는 별도로 학생들로부터 소요경비 명목으로 합계 5억 8,920만원(국내 1인당 25만원 내외, 해외 1인당 150만원 내외)을 현금으로 걷어 어떠한 증빙자료도 없이 사용했다.

E교수는 이번 감사가 시작되자, 학생들로 하여금 실제 낸 돈보다 적게 냈고, 그 돈도 주장학생이 관리한 것처럼 허위 진술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또한, D교수 포함 6개 종목 교수 6명은 해외전지훈련 후 허위영수증 등을 정산자료로 제출해 2905만원 상당의 학교 지원금을 횡령했다.

교육부는 이번 한체대 종합감사 결과, A교수 중징계 등 교직원 35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빙상장 사용료 등 5억2천만원을 회수조치하며, 금품수수 등 관련자 12명을 고발 및 수사의뢰했다.

폭행사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해 교원으로서의 품위를 훼손하는 등 비위가 중한 A교수에 대해 중징계, 빙상장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금품을 수수한 교직원 등 모두 34명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중징계 또는 경징계하도록 대학에 엄중 요구했다.

또한 외부인들이 무상 이용한 빙상장 시설사용료 및 부당하게 집행된 훈련비 등 합계 5억2000만원을 관련자들로부터 회수하도록 했다.

빙상장 등 교내 체육시설 대관 시 국유재산법에서 정한 입찰 등을 통해 특정단체가 체육시설을 장기간 독점사용하지 않게 하고, 체육시설 내 폐쇄적인 공간 등 안전 위해요소는 조속히 개선하며, 학생 별도부담경비는 대학회계에 편입해 투명하게 집행되도록 하는 등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대학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교육부는 문화체육관광부, 국세청 등 타기관과 감사결과를 공유해 문제점들에 대해 보완조치할 계획이다.

빙상장 시설 무단사용을 용인하고 스케이트 구두 가품을 납품받고도 업체에 정품대금 전액이 지급되도록 한 A교수, 학생 또는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관련 교직원 등 모두 9명을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

아울러, 특정종목 교수가 입학조건으로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 대회 상금을 학생에게 주지 않았다는 의혹, 해외전지훈련 시 배우자 동행경비를 학교예산으로 집행했다는 의혹 등 감사에서 세세히 확인하지 못한 제보사항들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연세대, 경기실적 낮은 학생에게 고점 부여

연세대 체육특기자(아이스하키) 입학비리 특별감사 결과도 발표됐다.

교육부는 체육특기자 종목별 모집인원 결정 및 평가위원 추천시 내부 규정상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체육위원장이 결정해야 함에도 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등 일부 절차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평가 과정에서 평가위원 3명 모두 1단계 서류평가에서 기준에 없는 사항(포지션)을 고려해 평가했으며, 이 중 평가위원 1명은 체육특기자 지원 학생 전체 126명을 약 70여 분만에 동영상 평가까지 포함해 평가를 하는 등의 부실 내용을 확인했다.

또한, 아이스하키 지원자 중 상대적으로 경기실적이 낮은 학생에게 1단계 서류 평가시 평가위원들이 높은 점수를 부여한 정황도 확인했다.

다만, 각종 제보에서 언급된 전‧현직 감독, 체육위원장, 평가를 직접적으로 실시한 평가위원 3인 등 관계자(6명) 모두 평가과정상 금품수수 및 영향력 행사 여부에 대해서는 부인을 해, 행정감사만으로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평가위원을 포함한 9명에 대해 신분상 조치(경징계, 경고 등)를 대학에 요구하고, 평가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포지션별 모집 및 정량평가 확대 등 제도 개선을 통보를 하는 한편, 사전 스카웃 및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의뢰 할 계획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번 감사 결과에서 밝혀진 비리 및 위반 사안에 대해, 관련 기관이 조속하게 행·재정상 조치를 이행하도록 교육부가 엄중하게 관리·감독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유 부총리는 “체육계에 만연한 부정과 성폭력 문제 등이 한두 차례 감사로 해결되지 않는 만큼, 교육부는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조사 활동과 ‘스포츠혁신위원회’를 통한 제도개선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교육부와 직접 연계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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