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박근혜 탄핵 무렵 체결해 조국 논란 때 끊었다

아주경제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소미아가 뭐지? 안보협약을 끊어도 되는 거야?

정부가 한·일 간에 체결한 이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우선 걱정부터 했을 것이다. 이 정부가 일본의 무역 보복사태에 대한 대응을 위해 한·일이 공조하는 안보 협력을 치밀한 고려 없이 불쑥 깨버린 건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할 만하다. 지소미아의 정체부터 파악해보자. 이 낯선 명칭은 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의 앞글자(GSOMIA)를 딴 약어다.

지소미아는 국가 간에 군사기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협정이다. 이 협정에는 국가 간의 정보 제공 방법, 정보 보호와 이용 방법, 제공 경로와 제공된 정보의 용도, 정보 보호 의무와 파기 등이 규정된다. 예를 들면, 상대국으로부터 군사비밀을 제공받았을 때, 그 비밀을 분류해 등급을 표시하고 상대국의 사전동의 없이 제3자에게 누설하거나 공개하거나 접근하게 할 수 없도록 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모든 정보가 무제한 공유되는 것은 아니며 상호주의에 입각해 사안별로 선별 정보교환이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우리 정부는 현재 34개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35곳과 지소미아를 맺고 있다. 이 중에 일본은 33번째 맺은 조약국으로 2016년 11월 23일에 이뤄졌다.

한·일 간의 지소미아 체결에 먼저 나섰던 쪽은 한국으로, 1989년 노태우 정부때의 일이다. 이때 한국이 협정을 고려한 배경은 당시 활발했던 조총련(재일조선인총연합회) 내부의 대북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일본은 조총련을 통해 고급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를 많이 확보하고 있었기에 그것을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타국과 군사정보를 공유하려면 지소미아를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성사되지는 않았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과 11월 연평도 포격도발을 잇따라 겪은 뒤, 국방부는 그해 12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북한군의 전범 행위 책임을 물어 김정일 국방위원장 부자에 대해 사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의견을 보냈다. 그런데 한국과 네덜란드 간에 지소미아가 체결되어 있지 않아 당시 군이 확보한 군사기밀을 네덜란드에 제공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이 있은 뒤에 일본과의 지소미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시 등장한다.

국방부는 한반도에 돌발상황이나 급변사태가 생길 경우, 한·일 간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소미아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냈다. 여기에, 조총련 휴민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북·일관계가 단절되면서 일본의 휴민트 정보력이 한국보다 떨어진다는 반론이 나왔다. 한국이 탈북자를 통해 얻는 북한 인적 정보가 더 정확해 일본이 우리의 협조를 받아야 할 판이라는 얘기다.

2012년 이명박 정부가 지소미아에 가서명했다가 취소한 것은 당시 밀실 추진이 드러나면서 논란을 불렀기 때문이다. 한편 당시 일본은 상호군수지원협정(ACSA)도 함께 맺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협정의 경우 자위대가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정부가 아예 배제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2월, 한·미 간에 맺어진 지소미아와 미·일 간에 맺어진 지소미아를 근거로, 한·미·일 3국이 정보를 공유하는 협정(TISA)이 체결된다. 이 협정은, 한국이 북핵이나 미사일 정보를 미국에 전달하면, 이후 우리 국방부의 승인을 거쳐 미국이 일본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본도 같은 방식으로 미국에 전달한 정보를 한국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2016년 북한이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 2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잇단 핵실험 도발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10월 27일 일본과 지소미아 체결 논의를 재개했다. 11월 23일 한민구(당시 국방장관)-나가미네 야스마사(주한 일본대사)가 지소미아에 서명한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지소미아 체결이 이뤄졌는지라, 탄핵을 덮기 위해 지소미아 카드를 꺼낸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소미아가 체결된 뒤 한국과 일본은 29건의 2급 군사정보를 교환했다. 올들어 공유한 정보는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체와 관련한 것으로, 7차례 정보교환이 있었다. 한국이 일본과 맺은 지소미아는 다른 국가와는 달리 유효기간 1년으로 매년 재협정을 맺도록 해놓았다. 기한 만료 90일 전 협정 종료 의사를 서면통보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연장되는데, 정부가 파기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체결에서 종료까지 2년9개월로 한·일 지소미아는 수명을 다한 것이다.

정부가 지소미아를 폐기한 구체적 이유는 뭘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한 대목 때문이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발언으로 한·일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고 본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들끓고 있는 ‘조국 여론’을 돌리기 위해 불필요한 대일외교 강수(强手)를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지소미아의 중단으로 잃을 것이 많지 않으며 그보다 일본에 대해 ‘트집’에 가까운 안보 빌미의 경제 압박에 경고를 하는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지소미아는 ‘잠정적’인 성격의 협정이었고, 향후 양국 관계의 개선에 따라 다시 맺을 수 있는 카드로 보는 관점이 이번 정부 결정을 움직인 ‘생각’으로 보인다.  거기다 하나 더. 북한에 대한 '적대적 협약'을 하나 줄여줌으로써 구애(求愛) 모드를 한 클릭 더 움직인 제스처이기도 하다.



                            이상국 논설실장

 
이상국 논설실장 isomis@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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