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산업화·민주화 후 인문 가치 이뤄야...코로나19 사태로 위기"

아주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국가의 인문 가치 위기를 유발하고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 사회의 규범과 가치관, 공동체 의식 등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리더, 인문 가치 살아있는 한국 만들어야"

박홍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생각한 국가위기와 정치리더십'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 교수는 "국가의 위기에는 경제, 정치 위기 등 하드웨어적 위기가 있는 한편 인문 가치의 위기라는 소프트웨어적 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국가 소프트웨어적 위기로 지난 1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지역 일대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국내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국발(發)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했지만, 정부가 반대하며 논쟁이 발생한 경우를 사례로 들었다.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발표자들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박경은 기자]



박 교수는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자체를 국가 위기가 보지 않았을 것"이라며 "확진자 수 증가는 과학 기술을 통해, 경제 위기는 경제 정책을 통해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오히려 정부는 외교와 국방, 안보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 교수는 또 다른 사례로 최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논란을 언급하며 "상당한 정도의 인문적 가치 위기를 드러내고 있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인문 가치가 살아있는 한국을 만들어내야 하는 게 이 시대에 필요한 정치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인문가치를 말할 여유가 있는 시대인가'라는 물음에 "근대 국가에 가장 중요한 게 경제 영역에서는 산업화, 정치 영역에서는 민주화"라며 "그다음이 인문 가치가 살아있는 국가가 돼야 한다는 것"라고 답했다.

박 교수는 "우리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는 데 적어도 몇십 년이 걸렸다"며 "인문 가치도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 여러 위기 요인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인문 가치를 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최고 통치자가 여유를 가지고 인문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증상 환자 최대 격리...韓 방역 성공요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이른바 'K방역'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이유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한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코리아 포비아'라는 용어가 빈번히 사용될 만큼 전 세계로부터 입국 제한을 당했지만,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방역에 성공, 세계 각국에 방역 노하우를 알리고 있다.

이와 관련, 김범수·박상수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상대적으로 효과적인가?'를 주제로 실시한 발표에서 한국 방역모델이 효과가 있는 이유에 대해 유증상 환자뿐 아니라 무증상 환자까지 역학조사를 실시한 점을 꼽았다.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발표자들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박경은 기자]



김 교수는 "무증상 환자도 최대한 격리시키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점"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초기 유증상자를 중심으로 한 정책에 의존했다면 방역 상 큰 구멍이 생길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보면 이태원발 집단 감염을 시작으로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어디에서 감염된지 모르는 지역감염도 많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뉴노멀 시대에 코로나19...초고위험 사회"

최상옥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뉴노멀 코로나시대 국가와 정부의 역할: 신(新)공공성 애자일 보장국가'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뉴노멀 시대에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연상되는 대표적인 키워드는 위험, 리스크"라며 "저성장, 저소비, 저물가는 결국 리스크가 그만큼 올라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노멀이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새롭게 나타난 세계경제의 특징을 통칭하는 용어로 저성장과 규제 강화, 소비 위축, 미국 시장의 영향력 감소 등을 의미한다.

최 교수는 "(뉴노멀로 인한) 양극화는 사회적 약자를 도태시킬 수밖에 없다"며 "또다시 코로나19라는 상황이 겹치면 우리 사회는 단순히 고위험이 아닌 초고위험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전혀 예측하기 어려웠고, 예측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정부의 역할은 이런 초위험의 코로나19 뉴노멀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뉴노멀 코로나 시대는 단순한 공공성 회복만으로는 치유될 수 없다"며 "신공공성의 개념을 새로 재정립해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리디자인(재설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나아가 "정부가 적정 수준의 공공 서비스 질을 개런티(보장)해줘야 한다"며 "선택적으로 공공서비스 양과 질을 제한된 자원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고 필요한 서비스의 양과 질을 정부가 적정 수준으로 정해 발표해야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이를 제공해주기 위해 정부는 공공재원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부족하다면 민간재원을 활용해서라도 공공서비스의 양과 질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경은 기자]



이번 심포지엄은 고려대 정경대학 소속 4개 연구소인 평화와 민주주의 연구소·경제 연구소·정부학 연구소·통계 연구소가 공동주최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중계됐고, 유튜브 내 고려대 정경대학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평화와 민주주의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의 대표 대학 중 하나인 고려대 사회과학대학 차원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국제적·국가적·개인적 차원의 변화를 진단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것이 사회적 책무라는 생각에 학제 간 협업을 목적으로 온라인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음 심포지엄은 내달 18일 예정으로 개인 인권과 법적인 측면을 다루고 가을에는 국제적 차원의 외교안보, 국제개발 등을 주제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박경은 기자 kyungeun041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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