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 안팎 아찔한 삼각 로맨스

세계일보

과다니노 감독 ‘챌린저스’ 24일 개봉 젠데이아 미묘한 감정선 연기 탁월
두 남자가 한 여자에게 반한다. 여자는 남자1을 택했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일편단심 옆에서 지켜보던 남자2와 결혼한다. 세월이 흘러 세 사람은 다시 만나고 감정의 폭풍이 다시 휘몰아친다.

영화, 드라마로 수백번 변주된 익숙한 이야기다. 24일 개봉하는 ‘챌린저스’(사진)는 이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가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만나면 얼마나 감각적이고 뜨거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본즈 앤 올’의 루카 과다니노 감독은 남녀의 삼각관계를 테니스, 인생과 엮어 탐미적 영상으로 풀어낸다.

세계적 테니스 선수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와 그의 코치인 타시(젠데이아)는 부부이자 유명인사다. 아트는 US오픈만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직전인데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다. 타시는 아트의 자신감 회복을 위해 거저먹을 만한 대회에 출전시킨다.

패트릭(조시 오코너)도 이 대회를 두드린다.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호텔비가 없어 차에서 자고, 남이 먹던 빵에 입맛을 다신다. 지금이야 궁박한 처지지만 13년 전만 해도 패트릭은 아트를 능가하는 테니스 유망주였다.

당시 고교 졸업을 앞둔 단짝이던 두 소년은 타시에게 동시에 반한다. 저울질하던 타시는 패트릭을 택한다. 하지만 어긋난 기대, 말다툼, 사고가 겹치며 연인은 헤어지고 두 남자도 절연한다.

영화는 패트릭과 아트가 결승전에서 매치포인트까지 가며 맞붙는 모습과 과거 사건들을 오가며 서서히 이들의 내면을 파고든다.

30대에 들어선 현재 세 사람은 인생의 벽에 부딪혔다. 사랑은 너덜너덜해지고 꿈은 좌절됐다. 이들의 답답함과 달리 영화는 격정적인 에너지로 펄떡인다. 테니스공이 무섭게 허공을 가르고, 거친 숨소리와 괴성이 수시로 들린다. 선수들의 근육과 땀을 다루는 감독의 시선은 탐미적이다.

장면장면 끼어드는 전자음악(EDM)도 맥박을 뛰게 한다. 아트 부부의 단절된 관계를 보여줄 때, 테니스 경기의 흥을 돋울 때마다 EDM이 스크린을 채운다. 압권은 마지막 장면이다. 어찌 보면 10대 시절에서 성장하지 못한 것 같고, 어찌 보면 지쳐서 길을 잃은 듯 혼란스러운 세 사람이 열정을 찾는 순간 EDM이 혈관 속을 타고 흐른다. 음악을 담당한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는 경쟁, 질투 등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 기악 편성의 테크노 음악을 내놓았다.

대사의 맛도 일품이다. 진부하지 않은 대사들이 테니스공처럼 예상 못한 방향에서 예리하게 날아온다. ‘패스트 라이브즈’를 연출한 한국계 감독 셀린 송의 남편 저스틴 커리츠케스가 각본을 썼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세 사람의 개성과 미묘한 관계다. 재능 있고 매력적이지만 중간에 포기하곤 하는 패트릭, 일편단심이지만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트, 승부욕 강하고 독립적이지만 선수로서 꿈이 좌절된 타시. 세 사람의 관계는 이성애로 결론 짓기엔 애매하다. 아트와 패트릭 사이엔 우정을 넘어선 진한 감정이 있고, 타시가 두 남자를 다루는 방식은 사랑과 이기적 욕망의 투사 사이를 오간다. 배우들은 뛰어난 연기로 이 미묘한 감정의 파고와 테니스 경기의 긴장감을 살린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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