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투자 열기 어디로?…제값 못받는 우량채 속출

한국경제

시장금리 상승 우려한 기관
수요예측에 소극적 참여

현대케피코·E1 이어 한화도
예상보다 많은 이자비용 물어야



[ 이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 9월 15일 오후 1시40분


우량 회사채가 발행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열기가 이달 들어 눈에 띄게 식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인 (주)한화는 17일 발행 예정인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를 최근 연 1.85%(잠정치)로 결정했다. 시장 평가금리를 뜻하는 ‘민간채권평가사 평가금리(개별민평금리)’보다 0.15%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주)한화는 국고채금리가 사상 최저점을 기록한 지난달 하순부터 회사채 발행 준비에 들어갔지만, 예상보다 많은 이자비용을 물게 됐다. 기관이 시장금리의 상승(채권값 하락)을 우려해 수요 예측 때 높은 금리를 써내는 등 소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앞서 수요예측을 한 자동차 엔진용 부품업체인 현대케피코와 액화석유가스(LPG) 판매업체인 E1도 마찬가지였다. 민평금리보다 각각 0.01%포인트(현대케피코)와 0.13%포인트(E1) 높은 금리로 지난 10일 똑같이 5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완료했다. 이달 들어 회사채 금리를 확정한 우량 기업(신용등급 A급 이상) 5곳 중 3곳이 예상보다 다소 높은 이자비용을 내게 된 셈이다. 지난 상반기 회사채 발행에 나선 140개사 중 90% 이상이 민평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에 성공한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기관의 소극적인 수요예측 참여는 시장금리가 상승 전환 조짐을 나타낸 지난달 말부터 두드러졌다. 한 자산운용사의 회사채 펀드 매니저는 “금리 하락(가격 상승)만 내다보고 지난해 봄부터 회사채 매수에 뛰어들었던 투자자 중 다수가 최근 회사채 투자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19일 연중 최저인 연 1.09%를 기록한 뒤 최근 1.26%까지 반등했다. 작년 3월 최고 연 2.3%대에서 1년 반 가까이 이어진 가파른 하락 추세가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예상보다 빠른 기업의 실적 악화세도 투자자들의 회사채 매수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1% 급감했다. 기업이 이익을 내지 못해 재무 체력이 나빠지면, 회사채 값이 하락(유통금리 상승)해 평가손실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의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기업 실적 악화 추세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회사채 매수에만 몰두해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기관이 최근 늘고 있다”며 “유통시장에서도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로 매수 수요가 크게 꺾였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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