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게임 이력 있는 '양심적 예비군훈련 거부' 20대, 항소심도 무죄

한국경제

피고인, 2016년 3월부터 작년 4월까지 16차례 불참
재판부 "민간인 학살 동영상 시청 후 폭력게임 안 해"






'비폭력주의' 신념을 바탕으로 수년간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받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남성이 과거 총기로 상대를 죽이는 1인칭 슈팅(FPS) 게임을 한 이력이 있지만, 이 같은 정황만으로 피고인의 양심이 진실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1-1부(박석근 부장판사)는 22일 예비군법 및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에서 법리 오해 및 사실 오인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원심 판단이 정당한 것으로 보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이 A씨의 혐의를 밝히고자 제출한 '카운터 스트라이크',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등 게임 이력 등 관련 증거에 대해서 "미군의 민간인 학살 동영상을 본 후 게임을 즐긴 사정은 찾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최근까지 한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은 캐릭터의 생명력이 소모돼도 죽는 것이 아니라 부활하고, 공격을 받아도 피가 나지 않는 등 실제 전쟁이나 살인을 묘사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양심에 반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고, 달리 이를 탄핵할 만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A씨는 전역 이후 일관되게 비종교적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고 있다"며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도 병역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A씨가 주장하는 양심이 깊고 확고하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비종교적 양심의 경우 종교활동 등과 같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표명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려할 때, 사회활동 등을 통해 양심을 표명할 것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요구하면 비종교인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는 결론에 이를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A씨는 2013년 2월 제대 후 예비역에 편입됐으나,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6차례에 걸쳐 예비군훈련, 병력 동원훈련에 참석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검찰의 공소사실대로 훈련에 불참한 것은 사실이나,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 준비를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는 없다는 신념에 따른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6월과 9월에도 서울북부지법과 서울남부지법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과거 FPS 게임을 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편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 신앙이나 개인인 신념 때문에 군복무를 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8년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사용되었던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해서는 합헌,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또한 2019년 12월 31일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판시했다.

방정훈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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