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색 실로 공간 분할…'보이는 너머의 세상'을 조각하다

한국경제

2019-08-25 18:00:25

'포스트미니멀아트 선구자' 美 프레드 샌드백 회고전

28일 갤러리 현대에서 막올라
절제미 추구한 작품세계 조명



[ 김경갑 기자 ] 1960년대 미국 화단에는 추상표현주의와 팝아트가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니멀아트가 서서히 고개를 내민다. 미니멀리즘은 최소한의 조형 수단을 활용해 제작된 미술 장르를 가리킨다. 형태나 제작과정이 지극히 단순하고, 작품의 배열과 작업원리에서 다소 개념적인 측면이 강하다. ‘가장 간단한 형태가 가장 미학적’이란 사실에 주목하며 사회적 상황이 만들어내는 의미가 어떻게 예술품과 관계되는가를 보여준다.

196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점차 미니멀리즘의 단순함, 엄격함, 재료의 단단함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지적인 상황을 추구하는 이른바 ‘포스트미니멀리즘’이다. 포스트미니멀리즘은 상황적 설치미술, 제작 흐름을 중시한 과정미술, 난해한 개념미술, 대지미술,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국제 미술계를 지배했다.

2003년 작고한 미국 미술가 프레드 샌드백(사진)은 미니멀리즘에 예술적 뿌리를 두면서도 이와 차별화한 포스트미니멀리즘의 개척자로 꼽힌다. 그는 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공간에 색색의 실을 수평과 수직 또는 대각선으로 길게 설치해 기하학적 형태의 실 조각을 탄생시켰다. 초기에는 철사, 고무줄, 밧줄로 부피와 경계가 명확한 정육면체나 직육면체의 구체적인 다각형 조각을 제작했다. 이후 아크릴 실을 사용해 물리적 공간을 탈피한 개념적 조각으로 점차 전환했다.

오는 28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개막하는 샌드백의 회고전은 지난 40여 년 동안 극도의 절제미를 추구했던 작가의 포스트미니멀리즘 경향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자리다. 프레드 샌드백재단의 후원을 받아 한국의 전통 색상인 ‘오방색(황·청·백·적·흑)’을 테마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실 조각 19점을 비롯해 드로잉과 판화 등 모두 29점이 나온다. 대학원 시절부터 말년까지 제작한 대형 작품은 물론 에스파스 루이비통(파리), 무담 룩셈부르크(룩셈부르크 시티), 유맥스미술관(멕시코 시티), 베니스비엔날레(베네치아) 등 유명 미술관 출품작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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