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지식·존중 없었던 국정감사…'선동열 망신주기' 무대 전락 [ST스페셜]

스포츠투데이

2018-10-11 10:14:02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수준도, 격도 떨어지는 질의가 이어진 국정감사였다.

지난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이날 국정감사에는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증인으로 출석해 큰 관심을 모았다.

선수 시절 '국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선동열 감독은 최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았으나, 과정이 나빴다. 선동열호는 선수 선발에 대한 논란에 휘말리며 대회 기간 내내 야구팬들의 응원을 받지 못했다. 오지환, 박해민 등 병역 문제 해결이 급박한 일부 선수들이 대표팀에 승선하면서, '아시안게임이 병역 면제의 수단이 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성난 야구팬들의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야구대표팀에 대한 비판과 비아냥이 쏟아졌고, 선동열 감독은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는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선동열 감독이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소식에 많은 야구팬들은 그동안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을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사이트에 접속해 국정감사를 지켜봤다.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워낙 많은 취재진이 몰려, 안민석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여러 차례 취재진에게 뒤로 물러나 줄 것을 당부했다. 최근 논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 분노를 대변해야할 국회의원의 질의 수준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보니 함량 미달의 질의가 쏟아졌다.

물론 모든 국회의원이 야구 전문가일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던 사안에 대해 기본적인 준비도 부족했다는 사실은 지켜보던 국민들에게 허탈함을 안겼다. 무려 3명의 국회의원이 선동열 감독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았던 의원들도 선 감독에게 질의를 했지만, 국민들을 속시원하게 해준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김수민 의원(바른정당)은 질의에 앞서 청년들의 소외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오지환의 대표팀 선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오지환과 다른 선수의 성적을 비교한 자료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정작 자료에 담긴 성적은 올해가 아닌 2017년도의 성적이었다. "올해 3개월간의 성적만으로 선수를 뽑기에는 기간이 부족하다"는 김 의원의 말은 공허했다. 오히려 "청탁 없이 소신대로 뽑았다. 감독은 컨디션 좋은 선수를 쓸 수밖에 없다"는 선동열 감독의 말이 더욱 귀에 들어왔다.

그동안 야구계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손혜원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고압적인 태도와 논란의 본질과 떨어진 질문으로 야구팬들을 실망시켰다. 선동열 감독은 '연봉 2억 원과 무제한 판공비를 쓰면서 집에서 TV나 보는 감독'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선수들의 노력은 '아무도 대단하지 않게 생각하는 우승'으로 폄하 당했다. 황당한 질타에 오히려 '선동열 동정론'이 일 정도였다.

조경태 의원(새누리당)은 "예술, 체육에 대한 병역 특례를 없애고, 입대 연령을 늦추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는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는 주제였지만, 선동열 감독이 답할 만한 질문은 아니었다. 선 감독은 "제도에 따르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결국 기대를 모았던 이번 국정감사는 현 한국 야구계에 대한 문제점 지적과 제도 개선을 위한 장이 아닌, '선동열 망신주기'를 위한 무대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 야구계의 미래보다 국회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더 시급하다'는 네티즌의 한탄이 눈가에 맴돈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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