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아델의 '헬로', 제 '소주 한 잔' 카피던데요?"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가수 임창정은 며칠 전 윤종신을 만나 "너나 나나 뭔 복이냐. 행운아다"라며 껄껄 웃었다. 유행을 썩 타지 않는 발라드란 장르 덕에 작년에도, 올해도 꾸준히 앨범을 내고 사랑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임창정이 9월, 정규 15집 '십삼월'로 돌아왔다. 지난 1년간의 임창정의 모든 이야기를 담은 '십삼월'에는 첫 번째 트랙 '일월'부터 '십이월'을 거쳐 '십삼월'까지 1년의 모든 달이 수록됐다.

임창정은 "이런 콘셉트로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3월이 왔네요. 임창정의 '삼월' 들을게요'와 같은 라디오 속 멘트를 노렸다는 너스레다. 그는 "각 달에 맞게 그때의 감성으로 들을 수 있는 곡을 넣었다. 봄은 봄의 느낌을, 여름에 이별했을 땐 어떤 느낌일까. 12월은 크리스마스가 있고 눈이 오는데 그땐 어떨까. 각 달에 맞게 배치를 해봤다. 전적으로 저의 배치기 때문에 '이게 4월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저의 느낌은 그랬다"고 설명했다.

달력에 13월은 없다. '십삼월'은 그럼 언제 틀어야 하냐고 묻자 임창정은 "'십삼월'은 1월도 틀고, 2월도 틀고 매달 틀면 된다"고 장난치면서 "왜 '십삼월'이냐면 우리에게 13월이 없듯이 그 사랑도 절대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앨범에는 월별 13곡에 이어 '십삼월'과 '구월'의 인스트까지 총 15곡이 수록됐다. 굳이 타이틀이 아닌 '구월'의 인스트를 따로 넣은 이유는 "지금이 9월이기 때문"이었다. 임창정은 "'구월'은 제 마음속 타이틀이다. 탄생하게 된 계기는 제가 아델의 '헬로(Hello)'를 현재 전세계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더라. 가사를 들어봤더니 '소주 한 잔' 카피였다. '여보세요. 잘 지내니. 멀리서 안부를 전하는데 너 혹시 내가 전화한 거 알고 있었니. 듣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거기 잘 지내니. 번호는 바뀌었나' 이런 내용이지 않나. '소주 한 잔'이 되게 오래전에 나왔는데 그럼 그 반대편 사람 입장은 어떨까. 그걸 글로 썼다. '구월'은 그 의미"라고 털어놨다.

임창정은 이번 앨범을 내면서 그전과 조금은 다르고 싶었다고 했다. 아무리 변화하려고 해도 '임창정은 임창정'일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변화하고 싶었다고. '또다시 사랑' '내가 저지른 사랑'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를 함께 작업한 프로듀서 멧돼지와 다시 작업했으나 원래 하던 파트를 바꿨다는 설명이다.

임창정은 "보통 벌스(절)를 멧돼지가 쓰고 제가 사비(후렴)를 썼는데 이번에는 멧돼지가 사비를 썼다. 처음으로 바꿔봤다. 들으시는 분들도 느낌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주시더라. 또 원래 제 곡 비율이 80% 이상인데 이번에는 제 곡 비율이 낮다. '십삼월' '구월', 그리고 나머지 6개만 작사하고 곡은 제가 일체 안 썼다"고 밝혔다.

바뀐 작업물은 임창정의 마음에 퍽 들었다. 그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임창정은 "음악적으로는 달라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과 비교해서 들으시는 분들이 저보고 달라졌다고 하시는데 저는 똑같은 것 같다. 목소리나 창법은 달라졌다. 옛날에는 체력이 돼서 그런지 몰라도 진짜 생목으로 했는데 요즘은 부르기 편하게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콘서트를 많이 하면서 목을 안 상하게 부르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하려고 한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이제는 콘서트 이틀도 할 수 있어요. 보통 하루 하면 목이 쉬어서 목 쉰 상태로 하다 보면 관객 여러분도 쉰 걸 인정해주시거든요. 몸이 예전같지 않아지면서 이 음역대를 계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다 보니 본능적으로 방법이 발현된 것 같아요. 근데 못 가르쳐드려요. 저도 잘 모르니까.(웃음)"

발라드는 '꾸준한' 장르다. 그래서 안전하다. 임창정은 발라드를 다방의 베이스가 되는 커피에 비유했다. "스타벅스에 가면 커피를 베이스로 아메리카노도 있고 마키아토도 있지 않나"라고 운을 뗀 그는 "발라드는 그런 것 같다. 베이스다. 언제 해도 누구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장르, 유행이라는 걸 많이 안 타고 항상 사랑받을 수 있는 장르, 그런 느낌인 것 같다. 그래서 전 좀 안전하다. 매해 앨범을 낼 수 있다"고 웃었다.

임창정의 발라드도 꾸준하다. 강점은 멜로디다. 그는 "저는 제가 떠올리고 읊조리는 멜로디를 소개하고 그 멜로디를 여러분들이 사랑해주시는 건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트렌드보다도 멜로디나 가사가 진정성 있고 의도가 순수하면 좋아해주실 분들은 들어주신다고 생각한다. 다만 젊은 친구들이 선호하는 편곡으로 도전은 할 수 있다고 본다. 요즘 트렌드로 편곡하는 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여러분들한테 하는 서비스다. 제품이 있는데 어린 친구들도 좋아하는 포장지로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빗댔다.

"20여 년간 제 음악이 나왔고 앞으로도 제 느낌을 기대해주시는 팬 여러분이 몇 분이라도 있을 때까지 앨범을 낼 거거든요. 저희 또래한테는 제가 똑같지만 어린 친구들한테는 제가 만든 멜로디와 가사가 처음 겪으니까 새로운 거죠. '아이돌 같지 않은데 귀에 꽂히네' 그런 느낌 아닐까요."

지금껏 꾸준히 걸어온 임창정은 앞으로도 꾸준히 걸어갈 예정이다. 그는 "계속 내는 게 힘들진 않다. 원동력이라 하면 재밌다. 노래를 만들고 흥얼거리던 게 악기를 타고 다시 들려졌을 때, 그게 데모로 들려졌을 때, 가이드로 녹음해서 들려졌을 때, 믹싱해서 들려졌을 때 흥분되고 좋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과정이 신기하고 그게 너무 재밌다"고 했다.

"음악의 매력이요? 많죠. 제가 만들어서 제가 들어도 좋고. 또 제가 좋아하는 다른 분들 노래를 들으면 저도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눈물이 나고 소름이 끼치기도 해요. 음악은 다른 직업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기함이 있어요. 예를 들자면 좋은 글을 보면 감탄하듯이 음악은 그게 좀 더 심한 것 같아요.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팬이 될 수 있는 게 음악의 매력인 것 같아요."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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