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비닐' 사용 금지하니…주머니에 슬쩍

머니투데이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금지 3주…대형마트·백화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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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사진=한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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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일회용품 단속이 시작된 지 약 3주가 지났다. 신선 식품 등을 담는 '속비닐' 사용이 제한되자, 몰래 속비닐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지난 17일 오후 12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장을 보러 온 A씨가 속비닐 앞에서 주위를 살핀다. 비닐 4~5장을 한 번에 떼서, 서둘러 장바구니에 넣는다. A씨는 자리를 옮겨, 장바구니에 있던 속비닐을 가방 속에 넣었다.

A씨가 '몰래' 속비닐을 챙긴 이유는 과일, 어패류, 정육 등 정해진 용도 외에 속비닐을 사용하면 계산대에서 제지를 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1일부터 대형 점포와 165㎡(제곱미터) 이상의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투와 쇼핑백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속비닐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됐다.

이날 대형 점포 및 슈퍼마켓을 돌아본 결과, 소비자들은 대부분 속비닐 사용을 줄였지만 일부 고객들은 직원의 눈을 피해 몰래 속비닐을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마트를 찾은 이씨(40)는 "환경을 위해 속비닐을 사용을 줄이는 게 맞다"면서도 "냉동 만두 등 수분이 있는 제품을 담기 위해서 속비닐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계산을 하고 나가서 비닐을 썼다"고 했다. 냉동 제품 등 이미 포장된 상품을 담을 땐 일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없다.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B씨(51)도 "금지한 이후, 속비닐을 주머니에 넣거나 에코백 등에 숨기는 걸 종종 목격한다"며 "파는 제품은 아니라 제재하기는 애매해, 그냥 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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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백화점 농산 코너 모습./사진=한민선 기자

속비닐을 몰래 사용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일단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금지' 정책은 어느정도 정착한 모양새다. 이날 마트에서 이미 포장된 제품을 속비닐에 담은 고객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어패류, 정육 등 사용이 가능한 품목에도 속비닐을 쓰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업체들이 소비자가 속비닐을 잘못 사용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먼저 매장에서 속비닐을 최대한 없앴다. 이날 즉석식품, 냉동식품, 축·수산 코너 등 기존 속비닐을 마련해뒀던 공간에선 속비닐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대신 과일·야채 등 농산 코너 주위에만 속비닐을 뒀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백화점의 경우, 직원이 상주하는 곳에만 속비닐을 비치했다.

또 속비닐이 필요한 제품들을 대폭 줄였다. 예를 들어 과일 33종 중 포장이 되지 않은 과일은 바나나, 아보카도, 오렌지, 레몬 등 9종 밖에 없었다. 나머지 제품은 모두 비닐이나 플라스틱으로 자체 포장이 돼 있었다. 업체들이 포장 제품을 늘려 소비자가 속비닐을 찾지 않게 유도한 셈이다.

대형마트에서 계산 업무를 담당하는 박모씨(38)는 "예전엔 무료 속비닐 제공이 안 된다고 말하면 다소 실랑이가 있었지만, 점차 갈등이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며 "과자나 음료수까지 속비닐에 담겨있었던 때를 생각하면, 확실히 비닐 사용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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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사진=한민선 기자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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