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에 정신병원이라뇨?"…조현병 환자 범죄로 '님비' 심화

머니투데이 / 류원혜 인턴기자

2019-05-16 06:28:00

[조현병 환자 가족 "조기치료 중요…인식 전환 이뤄져야, 치료가 원활해지고 사회도 안전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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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최근 조현병 환자들의 강력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자신이 사는 동네에 정신병원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대표적인 '님비현상'(Not in My Back Yard, 우리 집 부근엔 안 돼요)의 사례로 "정신병원이 공공의 안전을 해친다"는 일종의 편견과 불안에서 비롯됐다.

이와 관련해 올해 1월 정신병원 증설을 불허한 지역 보건소장에게 "주민의 부정적 정서 때문에 정신병원 증설을 막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의 최종 판결도 있었다. 재판부는 "막연한 우려나 가능성만으로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신질환 환자들의 '강력 범죄' 연달아 발생…반감↑
조현병은 정신적 혼란을 일으키는 뇌질환이다. 100명 중 한 명 꼴로 걸리는 만큼 흔한 질병임에도 조현병 환자들의 강력 범죄가 잇따르자 국민들의 반감은 고조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충북 충주에서 정신병원 호송을 거부하던 20대 조현병 환자가 경찰관 등에게 흉기를 휘둘러 3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17일에는 경남 진주에서 안인득(42·남)이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6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안씨는 과거 재판에서 조현병에 따른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은 바 있다.

2016년 서울 강남역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김성민(34·남)도 재판과정에서 조현병에 따른 심신미약이 인정돼 무기징역 대신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정신질환을 지닌 범죄자들이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 받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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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정신병원 개설 반발, 靑 국민청원…님비현상 확산
국민들의 불안감은 정신질환자를 향한 편견과 혐오로 번졌다. 이는 정신병원 개설 반발로 이어졌다. 경기도 오산시 세교신도시에는 아파트 단지 앞에 126개 병상의 정신과 폐쇄병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정신병원 개설에 반발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거지역에 보호감찰 정신병원이…말도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15일 오후 5시 기준 1만1952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초등학교 반경 200m내 정신병원이 다음달(6월) 정식 개원한다"며 "병원 측은 정신과 외 다른 진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등록돼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신의 자녀가 소아과 방문을 위해 폐쇄 병동을 지나 진료 받길 원하느냐"며 "환자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놓고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좋은 마을에서 살고 싶은 것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병원 측은 "병원에 현재 입원 중이거나 입원을 희망하는 환자 역시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라며 "지역민들에게 피해 끼칠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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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조현병, 조기치료하면 문제없이 사회생활 가능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조현병 환자는 5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는 약 10만명이다.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들이 적기에 치료를 받는다면 문제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로 구성된 팟캐스트 '뇌부자들'의 김지용 전문의는 "모든 질병이 그렇듯 치료를 받지 않은 채 곪으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치료받은 환자는 일상생활에 문제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흉기로 정신과 주치의였던 임 교수를 숨지게 한 박씨(30대·남)와 진주 방화 살인범 안인득은 각각 조울증과 조현병을 치료받은 바 있다. 그러나 곧 방치된 이들은 수년간 치료를 받지 못했고 결국 강력 범죄까지 저질렀다. 꾸준한 치료를 받았다면 범죄를 막을 가능성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조현병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꼽는 청원이 올라왔다. 9년간 조현병을 앓고 있는 딸이 있다고 밝힌 청원인 A씨는 "정신과 치료는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딸은 9년 전 조현병의 (안 좋은) 인식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사람들은 조현병 환자들이 강력 범죄를 일으켜 괴물같이 느껴질 것"이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낮지만 인식이 좋지 않아 병을 숨기고 치료에 어려움을 겪어 적기를 놓친다"며 "조기발견 시 7명 중 1명이 완치되고 2명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정신질환의 조기발견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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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편견이 없어야 범죄가 없다…"오해와 혐오, 멈춰 달라"
청원인 A씨는 "(우리 사회에는) 체면중시 풍조와 (정신질환자에) 안 좋은 인식이 남아있어 환자들이 드러내고 치료받지 못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정신질환 예방 및 치료가 원활해지고 사회도 안전해질 것"이라며 "조현병 환자들도 잘 치료받으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이웃이다. 국가의 적극적 관리를 청원한다"고 밝혔다.

조현병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약물치료다. 환자의 약 20%가 꾸준하게 약물치료를 받으면 완치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사회생활이 가능한 정도까지 치료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정신질환자를 향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환자들이 병을 숨기고 제 때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방치된 채 제 때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자들이 중범죄를 저지르고, 이들을 향한 사회적 편견이 병원을 찾지 않게 만드는 악순환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뇌부자들'의 김지용 전문의는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고도 감형 받으면서 국민적 반감이 크다"며 "하지만 환자에게 낙인을 찍는 사회에서는 강력범죄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국가가 나서서 관리해야 한다"며 "범죄 위험이 있거나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한 경우 병원 진료를 받도록 권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원혜 인턴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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