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료 따로 떡값 따로? 스포츠센터 '명절 스트레스'

머니투데이 / 이재은 기자

[사립스포츠센터 등 '떡값' 문화 여전… "정 표현" vs "반강제적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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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프리랜서 A씨는 스포츠센터에서 기분 나쁜 경험을 한 뒤 다시는 찾지 않는다. 그는 스포츠센터를 일주일에 두번 다니고 있었는데, 한 회원이 A씨에게 "셔틀버스 기사님께 명절 떡값을 드릴 예정이니 만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내키지 않았던 A씨는 돈을 내지 않자 셔틀버스를 같이 탔던 회원들은 버스 안이 울리도록 "저 아가씨가 떡값을 안 내서 돈이 부족하다"며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사회 곳곳에 '정'(情)을 바탕으로 성의를 표시하는 문화가 여전하다. 회원들에게 1만~2만원씩 갹출해 스포츠센터 등의 강사, 셔틀버스 기사 등을 챙겨주는 '떡값' 문화는 보통 설, 스승의 날, 여름휴가, 추석, 연말 등에 볼 수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떡값'을 받으면 법에 저촉되는 시립·구립 등 공공스포츠센터에서는 이같은 관행을 보기 어려워졌지만 일부 사립 시설에서는 '떡값' 걷기 문화가 남아있다.

서울시내 한 구민체육센터 관계자는 "탈의실 등에 '떡값을 걷는 자, 받는 자 모두 처벌 대상'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부착했고, 문자(SMS) 공지도 돌리곤 했다"면서 "모든 강사를 대상으로 '떡값'을 받지 말라는 청렴교육도 함께 실시한다. 공립 센터에서는 해당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립·민간 스포츠센터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떡값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불편하다', '정(情)의 표현' 등으로 입장도 명확히 갈린다.

네이버 수영동호 카페 '수미사'에는 관련 고민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 4일 한 회원은 "오늘 처음 들어간 강습이었는데 (추석) 떡값을 내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 회원은 "한 회원이 다가와 '추석이니 떡값 만원씩 걷고있으니 내일까지 가져와라'라고 하는데, 당황스럽다"라고 말했다. 댓글에도 같은 경험을 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너무 싫었는데 눈치 보는 게 더 싫어 그냥 냈다"는 이들이나 "강제로 돈 뜯기는 기분이라 너무 싫어 끝까지 내지 않았다"는 이들 등 다양하다.

명절 떡값 이슈는 수십년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2년 전 한 온라인커뮤니티 토론방에 올라온 '수영장 떡값, 내야하나요?'라는 글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약 30만회 조회됐다.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수영장 떡값'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드러내며 설전을 벌였다. "보통 만원 이상을 걷는데, 누가 (선물로) 뭘 사서 강사에게 주는지도 모르는데 돈만 내라니 황당하다"는 부정적 반응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가르쳐준 선생님에 대한 감사 표시"라거나 "대부분 회식 비용으로 사용된다. 회식에 참여해 다 같이 얘기도 나누고 친해지자는 게 주목적"이라는 등 떡값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서울의 한 사립 스포츠센터에 다녔던 직장인 남모씨는 "주로 젊은이들 중심으로 떡값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면서 "추석을 앞두고 떡값으로 강사 1만원, 버스기사 5000원씩 내라고 하는데, 친구들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료 강습도 아니고 정당한 수강료를 내는데 왜 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떡값이 온정주의 문화의 상징이지만, 과할 경우 제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 노원구의 한 사립 스포츠센터 관계자는 "정을 바탕으로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일을 센터 측에서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면서 "아무래도 강사나 기사 등이 적은 월급에 노고하는 걸 알고 감사하는 마음을 표시하고자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불편을 느낀 분들이 있다면 최대한 공문을 내는 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범태 한국투명성기구 광주전남본부 상임대표는 "한 두명이 걷는 건 괜찮지만 10명, 100명에게 만원씩 걷을 경우 10만원, 100만원이 돼 부정부패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적 영역이라도 이렇듯 개선이 필요한 경우에는 정부나 관리감독기관에서 나서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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