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보다 많아진 장례식…'죽음' 준비됐나요

머니투데이 / 세종 정현수 기자

2019-10-14 0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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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아수와 사망자수 추이 /사진제공=통계청
지난해 29만8820명이 사망했다. 통계청이 198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 수다. 연간 사망자는 계속 증가해 2060년 76만4000명으로 정점을 찍는다. 일본처럼 '다사(多死) 사회'가 시작됐다는 신호다.

'죽음'이 증가하고 있지만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면서 여생을 뜻깊게 보내는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죽음은 두려움, 공포, 비감의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내년부터 고령인구(65세 이상)로 진입한다. 노인인구 비율은 지난해 14.8%에서 내년에 15.7%로 상승하고 2030년 25%까지 치솟는다.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기대수명이 늘면서 죽음은 '지연'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누구나 맞이해야 할 현실이다.

◇연명의료로 촉발된 웰다잉 = 노인인구가 늘면 사망자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보다 많은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된다. 연간 사망자수는 2028년 처음으로 40만명을 넘긴다. 2028년 출생아수는 36만1000명으로 예상된다.

사망자 수가 늘면서 '연명치료'를 놓고 윤리적, 법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술에 취해 머리를 다친 남성은 보라매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자발적 호흡을 하지 못해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했다. 보호자인 부인은 경제적 이유 등으로 병원에 퇴원을 요구했다. 자택으로 돌아간 남성은 사망했고, 의료진은 살인방조죄로 처벌 받았다.

2008년 이른바 '김 할머니 사건'은 존엄사 논쟁을 촉발했다. 존엄사란 죽음에 직면한 환자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생명유지조치를 중지하는 것을 말한다. 폐암 조직검사를 받다가 식물인간이 된 김 할머니에 대해 자녀들이 연명치료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지만 병원은 거부했고,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9년 "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인 만큼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며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웰다잉법' 혹은 '존엄사법'이라고도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돼 지난해 2월 시행됐다.

법에 따르면 연명의료 여부를 환자나 가족들이 결정할 수 있다. 19세 이상 성인은 미래를 대비해 연명의료 여부 의사를 밝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쓸 수 있다. 말기환자나 임종에 있는 환자는 연명의료 중단 등에 대한 의사를 밝힐 수 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37만8450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지난해 9월만 하더라도 5만459명에 머물렀지만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꾸준히 작성자가 늘고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를 등록한 사람 역시 지난해 9월 8909명에서 올해 9월 2만9746명으로 증가했다.

◇죽음의 문화가 바뀐다 = 웰다잉 논의가 연명의료부터 시작된 것은 사망자 대부분이 병원에서 사망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출생·사망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사망자 중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의 비율은 76.2%다. 병원에서 사망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의학적으로 소생하기 힘든 상황에서 연명치료에 의존하다가 생을 마친다.

그나마 삶의 마지막을 보내는 호스피스 이용률은 늘고 있다. 2003년 5개 기관으로 시작한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현재 87개로 증가했다. 호스피스 팀이 말기환자의 가정을 찾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정형 호스피스도 38개가 시범운영 중이다.

호스피스를 이용한 사람은 2017년 기준 1만7333명이다. 2008년(5046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암 사망자의 호스피스 서비스 이용률도 2008년 7.3%에서 2017년 22%로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국민의 존엄하고 편안한 생애말기를 보장하기 위해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연명의료 자기결정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명의료 말고도 죽음을 준비하는 문화가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병원이 아닌 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홈 호스피스'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임종을 앞두고 지인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생전 장례식'이나 죽음에 대비해 인생을 정리해 보는 '엔딩노트 작성하기' 등이 확산되는 것도 최근의 변화다.

일본은 '종활(終活) 비즈니스'도 활발하다. 종활은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영정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진관이나 '펫(pet) 신탁 비즈니스'까지 등장했다. 펫 신탁은 생전에 반려동물을 위해 일정 금액을 예치하고, 사후 새 주인에게 사육비 등을 지급하는 서비스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2월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웰다잉시민운동이 출범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유서 쓰기, 유산기부 활성화, 장례문화 개선, 엔딩노트 작성하기 등의 운동을 하고 있다.

죽음을 마주할 때 필요한 것들을 얘기하는 '죽음학' 권위자인 유은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해선 중고교 시절부터 죽음에 대한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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