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한다면 한다"… '제로웨이스트', 환경 위한 불편

머니투데이 / 이재은 기자

2019-02-12 06:00:00

[지난해 일회용컵 규제 이후 사용량 절반 이하로 줄어… "앞으로 속비닐, 일회용빨대, 일회용수저 등 규제 확대해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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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픽사베이
지난해 발생한 '쓰레기 대란' 이후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고 변화에 나선 국민들이 적지 않다. 이제 가방에 보관했던 에코백을 꺼내는 모습이나, 카페에 가기 전 텀블러를 씻어 챙겨나가는 모습은 더 이상 이색 풍경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일부 민간 재활용 수거 업체에서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폐비닐·스티로폼 수거를 중단한다고 통보하면서다. 환경부가 수거업체들을 설득하면서 문제는 겨우 해결됐지만 근본 원인은 해결되지 못했다.

이후 국민적으로 쓰레기를 줄여야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지난해 10월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쓰레기 대란' 이후 전국 만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한 '환경 관련 사회적 인식 및 관심도' 조사를 발표했다. 그 결과 "쓰레기 문제를 무섭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응답이 72.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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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이 같이 인식은 시민들을 바뀌게 했다. 응답자들은 해당 사건 이후 △다회용 장바구니 상시 구비 40.6% △일회용품 사용 자제 37.1% △비닐봉지 사용 자제 35.1% △머그컵 사용 33.3% △텀블러 사용 30.1%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프리랜서 신모씨(28)는 "일하다가 하루 두 세번씩 주변 카페에서 커피를 사마시는데, 예전에는 무조건 일회용품으로 마셨지만 이젠 텀블러를 씻어서 가지고 간다"고 말했다. 그는 "자주 가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한잔당 300원씩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직장인 이모씨(31)도 변화했다. 그는 혼자 자취해 배달음식을 즐겨먹는데, 굳이 필요없는 일회용품은 쓰지 않기로 했다. 이씨는 "전에는 그냥 귀찮아서 별 말 없이 주문했었는데, 이제는 '집에서 먹을 것이니 일회용 수저는 가져다 주지 않아도 된다'는 메모를 남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은 한다면 하지 않냐"며 "지난해 이후 우리나라가 많이 변화했다고 느낀다. 나 역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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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는 지난해 12월10일 한국 업체가 필리핀에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린피스는 "한국에서 두 차례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6500톤은 둘로 나뉘어 5100톤은 미사미스 오리엔탈 소재 베르데 소코 소유 부지에 방치되어 있고 나머지 쓰레기 1400톤은 미사미스 오리엔탈 터미널에 있는 51개 컨테이너에 압류 보관되어 있다"고 전했다. 2018.12.10. (사진=그린피스 제공)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후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건 일회용컵 사용이 잦았던 카페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 관계자 A씨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컵 사용량이 줄어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면서 "보통 하루면 쓰레기봉투 하나가 일회용컵으로 가득차서 버려야만 했는데, 이젠 이틀에 한번 정도만 버리면 될 정도로 많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 B씨도 "일회용컵 사용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면서 "하루에 전체 버리는 쓰레기 중 30% 정도가 일회용컵이었는데, 이젠 10% 정도도 안된다"고 말했다.

대신 텀블러 판매가 증가했다. 종합생활용품 기업 락앤락에 따르면 일회용컵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국내 텀블러 판매량은 2017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B씨는 "텀블러 사용하는 고객들도 많이 증가했다"면서 "이전에는 하루 한 명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이젠 하루 5명씩은 텀블러 사용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첫발을 아주 잘 뗐다며 "약 20여년간 우리가 일회용컵 문제를 해결해오지 못했는데, 지난해 일회용컵 규제를 통해 많은 진척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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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남대문시장에서 손님들이 구매 후 받은 비닐 봉투를 들고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홍 소장은 "이제 일회용컵을 덜 쓰는 건 거의 정착이 됐다"면서 "앞으로는 마트에서 사용하는 속비닐, 재래시장에서 사용하는 비닐봉투, 테이크아웃컵, 일회용빨대, 일회용 수저 등으로 점차 이 같은 규제를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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