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수갑 차고, 김경수 안 차고… 원칙 뭐길래?

머니투데이 / 김종훈 기자

2019-04-1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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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법원 출석 과정에서 수갑을 찬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왼쪽)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진=뉴스1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1일 법원에 수갑 없이 출석한 것을 놓고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서 같은 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수갑을 차고 법원에 나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 지사는 11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 심리로 열리는 네이버 댓글조작·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법원종합청사에 출석했다. 김 지사는 1심에서 법정구속된 구속피고인이다. 김 지사는 수갑 없이 정장 차림으로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했다.

원 전 원장도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순형) 심리로 열리는 국정원 민간사찰 혐의 사건 재판을 위해 같은 청사에 출석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4월 댓글공작 사건 재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은 기결수 신분이다. 원 전 원장도 김 지사처럼 정장 차림이었지만 손에 수갑이 채워진 상태였다.

법무부에 따르면 구속피고인이 법원에 출석할 때 수갑을 채울지 여부는 부처 훈령인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등에 관한 지침'에 따라 결정된다.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여성·노약자·장애인인 경우 △질병 등 이유로 보호장비를 하기 곤란한 경우 △도주 우려가 현저히 낮은 경우 피고인을 법원에 보낼 때 구치소장 판단에 따라 포승줄이나 수갑과 같은 보호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김 지사와 원 전 원장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교정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1일부터 지난 3월20일까지 서울구치소에서 수용자가 재판을 위해 구치소를 나선 사례는 3만1485건이었다. 이중 포승줄과 수갑 모두를 착용한 경우가 2만6133건(약 83%)이었다. 포승줄 없이 수갑만 착용한 경우는 5318건(약 16.8%), 포승줄과 수갑 모두 착용하지 않은 경우는 34건(약 0.1%)이었다.

재판을 받으러 갈 때 포승줄과 수갑을 찬 경우가 대부분이고, 법무부 훈령도 '구치소장 판단에 따라 보호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돼 있는 점을 종합하면 구속 피고인은 수갑과 포승줄을 하는 것이 원칙임을 알 수 있다. 훈령대로라면 김 지사와 원 전 원장 중 누구를 예외로 둘지 여부는 서울구치소장이 결정한다.

법무부를 통해 문의한 결과 서울구치소 측은 김 지사가 도주 우려가 현저히 낮다는 이유로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고 한다. 인권보호 차원에서 포승줄·수갑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정당국 전체가 노력 중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반대로 원 전 원장에게 수갑을 채운 점에 대해선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되는 미결수용자와 달리 형이 확정된 수형자 신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일관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지사에게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면 원 전 원장에게도 수갑을 채우지 않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68세에 불면증, 불안증세 등을 호소하는 원 전 원장이 김 지사보다 도주 우려가 높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며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법무부가 원 전 원장의 신분을 놓고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되는 미결수용자와 다르다"고 한 부분도 오해의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은 재판을 받으러 나오는 곳이지 형을 집행하는 곳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댓글공작 사건에서 실형을 확정받긴 했지만, 민간사찰 사건 재판에서 원 전 원장은 형 확정 전까지 무죄추정 원칙을 적용받아야 하는 피고인 신분이다. 그렇다면 법무부 설명을 따르더라도 원 전 원장에게 수갑을 채운 것은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변호사는 "기결수니까 무죄추정이 안된다고 하면 무죄추정 원칙은 있으나 마나"라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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