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잡고보니 아들 또래"…누가 세월호를 혐오하나

머니투데이 / 이해진 기자

2019-04-15 05: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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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3일째인 2014년 4월28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한 여성이 실종자의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노란리본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자식을 잃은 사람을 물어 뜯었다"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수현군의 아버지 박종대씨는 2015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악성 댓글을 달고, 아들 사진을 퍼가 조롱 글을 올린 이들을 고발했다.

잡고 보니 수현군 또래 고등학생이 있었다. 부모는 '선처를 부탁한다'고 연락해왔다. 박씨는 "자식 잃은 사람을 말로 물어뜯은 잘못은 가볍지 않다, 어려도 책임져야 한다"고 답했다.

누군가의 삶을 관통할 만큼의 슬픔을 조롱하는 현상은 흔한 것이 아니다. 과연 세월호를 향한 조롱과 혐오는 언제,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2014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가면, 희생자 304명이 타고 있던 세월호가 거의 모든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라앉았다. 국무총리·장관과 새누리당 의원들도 노란 리본을 달고 일정에 참가했다. 모두가 슬퍼했고 다 함께 추모했다.

세월호가 누군가에게 '조롱'과 '혐오'의 대상이 되기까진,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가 시작이었다. 온라인에 퍼지던 나비 모양 리본 이미지를 일베의 'ㅇㅂ'로 바꿔 유포했다.

희생자를 소재로 음란 게시물을 올렸고, 희생자 가족을 '유족충'이라 지칭했다. 2014년 9월 급기야 단식투쟁 중인 유족 앞에서 치킨과 피자를 주문해 먹는 '폭식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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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13일 일베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세월호 유족 단식 농성 장 근처 동아일보 사옥 근처에서 폭식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치권력도 '세월호 혐오'의 산파를 자처했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은 세월호 유족에 '특권' 딱지를 붙였다. 심재철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내용에 대해 "국가유공자보다 몇 배나 더 좋은 대우를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례 의원은 "'시체 장사'라는 말이 나돌 만도 하다"고 하거나, 김태흠 의원은 단식농성 중인 유족을 "노숙자 같다"고 자극적인 말로 일부 집단을 선동했다.

세월호는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발목 잡는 무임승차자'로 전락했다. 일부는 천안함 유족을 불러냈다. 이들이야말로 '자격 있는 유족'임에도 작은 보상을 받았다며 세월호를 공격했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특례입학이며 보상금은 과한 거 아닌가? 인양은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란 식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참사의 책임이 있던 정치권력이 '무임승차'라는 코드를 이용해, 세월호 아픔에 공감하던 일반 보수 시민들까지 세월호 혐오에 동참하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세월호 이용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달 4일 강원도 고성군 산불 때 정치권은 뜬금없이 '세월호 프레임'을 들이밀었다.

여권 인사들은 "세월호 때와 다른 대처"라며 정부를 치켜세웠고, 야권 인사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7시간으로 난리 치지 않았냐"며 문재인 대통령의 5시간 행적을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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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4월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정부종합분향소에서 열린 '4.16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박종대씨는 "가족들은 '세월호'란 세 글자만 들어도 가슴 찢기는데, 참사의 책임이 있는 정치권은 반성은커녕 정쟁에 세월호를 (입맛에 맞게) 이용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반면 슬픔에 공감하던 에너지는 줄어간다. 갈수록 '세월호=지겹다'는 프레임이 힘을 얻는다. 지난달 세월호 분향소가 철거될 때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달라"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하나의 방증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 직후 진상을 투명하게 규명하는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아픔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진실공방에만 머물게 됐다"며 "국민들이 세월호를 둘러싼 논란과 정쟁에 지치다 보니 과거에 얽매여 소모적인 일을 한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도 "근대 이후 한국 사회는 세월호와 같은 참사에 계속 노출돼왔다"며 "진상규명이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 없이 참사가 반복되는 와중에 일반 시민들은 가능하면 빨리 외면하고 잊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해진 기자 hjl1210@, 이영민 기자 lets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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