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뭔데 돈을 뺏어?"…정책 변덕에 공무원만 '동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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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책 바뀔 때마다 민원 급증…폭언·폭력에 고통 호소하는 사회복지공무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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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뭔데 대통령이 준다고 한 기초연금을 생계급여에서 빼?"

4년차 사회복지공무원 한모씨(28)는 이달 20일 하루동안 이 같은 내용의 전화를 70여통 받았다. 기초연금이 오른 만큼 생계급여가 깎이면서 급여 지급일에 민원이 빗발친 것이다.

한씨는 "20일부터 3일 동안 생계급여 민원에 시달리느라 다른 업무는 하나도 못 봤다"며 "지난해 9월 기초연금이 인상됐을 때도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이 복지정책이 바뀔 때마다 악성민원이 급증한다고 호소한다. 일부 민원인들의 폭언과 폭력으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고통도 반복되는 실정이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입은 민원 피해는 10만1090건에 달했다.

이중 폭언이 6만9861건(69.1%)로 가장 많았고, 업무방해가 2만1102건(20.9%), 위협 8340건(8.3%), 폭력 339건(0.3%) 등 순이었다.

5년차 사회복지공무원 황모씨(28)는 "쌍욕과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은 이제 일상일 정도"라면서도 "(일부 폭력적인 민원인들과) 같은 동네에 살다 보니 출퇴근길 골목을 지날 때마다 봉변을 당하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황씨는 "다른 시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주민센터에 청원경찰 배치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며 "다른 사람들 복지는 챙기지만 사회복지공무원의 복지는 나 몰라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번 복지제도가 바뀔 때마다 현장 공무원들이 몸살을 앓는 이유는 소통 부재 탓이다. 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 등 정부 당국과 현장 공무원, 복지 수혜자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악성민원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3년차 사회복지공무원 이모씨(28)는 "정책이 바뀌면 언론에 먼저 보도된 뒤 담당 실무자에겐 나중에 공문이 내려온다"며 "인사이동도 잦고 담당자가 바뀌는 경우도 있는데 전달이 늦다보니 내용 숙지 전에 민원이 쏟아져 버거울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사회복지공무원 수를 늘리는 등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과 함께 복지예산 확충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선 공무원 수가 제한돼 있는 반면 복지 대상이 확대되면서 공무원 1인이 감당해야 하는 업무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인력을 보강해 담당 수급자수나 업무부담을 줄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은행처럼 청원경찰을 배치해 사회복지공무원의 안전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을 늘려 기초연금이 늘어도 생계급여가 깎이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 김지성 인턴기자 js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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