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간 고교생 사망…법원 "유학원 배상책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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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국내 유명 유학원을 통해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미국 현지에서 물놀이 중 사망한 고등학생의 부모가 유학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패소했다. 부모들은 유학원이 학생의 유학생활 전반을 책임져줄 것을 믿고 자식을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유학원의 역할이 프로그램 신청에 관한 업무를 대행하고 학업 부적응에 대한 상담 등에 그칠 뿐, 친권자나 교사에 준할 정도로 교환학생 생활관계 전반을 보호감독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봤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1민사부(부장판사 김재호)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망한 학생의 부모가 유학원 A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1,2심 판결 기초사실을 종합하면, 미국 ISE(international student exchange) 재단이 운영하는 공립교환학생프로그램에 대한 국내 업무와 프로그램 신청 대행업무를 맡고 있던 A사는 지난 2013년 12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한 고등학생 B군을 10개월간 미국 워싱턴주 노스폴트에 보냈다.

B군은 2014년 1월부터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이 유학기간 동안 거주하는 '호스트 패밀리' 집에 거주했고, 여름방학 중이던 2014년 7월 지역 인근 선착장 부근에서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A사가 제시한 약관에는 "유학원이 교환학생이 프로그램 참가 중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관리(제3조 제2항 제10호)를 담당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B군의 부모는 유학원을 상대로 "A사가 프로그램 기간 유학생을 철저히 감독하고 관리한다고 광고했다. 우리는 A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식을 미국에 보냈을 뿐 ISE에 대해 전혀 설명을 들은 바 없다"며 6억6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B군 부모는 "당초 배정된 호스트 패밀리가 채식주의자라는 사실을 알고 프로그램 참여를 망설였는데, 유학원은 2개월 후 다른 호스트 패밀리로 배정해줬다고 했고, 프로그램 참가 4개월이 지난 후 ISE의 승인을 받지 않은 다른 호스트 패밀리로 변경했다. 또 거주지역은 수심이 깊고 급류가 많아 사고가 잦은 위험한 강이 있었다"면서 "유학원은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군 부모는 이어 유학원이 적법절차에 따라 호스트 패밀리를 바꿔주고 부모에게 거주환경에 대한 정보를 알려줬다면 B군은 물놀이 전 부모 동의를 구했거나, 부모가 B군에게 구명장비의 준비를 지시하는 등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부모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법원은 "A사의 미국 공립교환프로그램 약관에서 유학원의 역할은 신청학생과 ISE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하면서 교환학생에 선발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이에 부수되는 행정절차를 안내하며 관리하는 것"이라며 "A사 ISE가 미 국무부에서 승인받아 운영하는 공립교환학생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위해 국내업무와 프로그램 신청에 관한 업무를 대행하고, 호스트 패밀리 선정권한은 ISE가 가지고 A사는 일정 사유가 발생했을 때 ISE에 호스트패밀리 변경을 요청할 수 있을 뿐 관여할 수는 없다"고 봤다.

법원은 이어 "원고들은 미국 워싱턴주에서 IS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ISE 지역관리자가 승인을 받지 않은 집에서 B군이 거주하도록 허락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워싱턴 고등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B군이 ISE의 승인을 받지 않은 호스트 패밀리로 배정됐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면서 "A사가 교환학생의 미국 생활에 관해 신변이나 안전에 대한 책임까지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법원은 또 "A사는 ISE와 체결한 협약에 따라 교환학생, 호스트패밀리와 직접 접촉할 수 없어, 프로그램 참가 중인 교환학생을 전부 관리·감독하기란 사실상 곤란하다"며 "약관상에는 교환학생이 프로그램 참가 중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관리를 유학원이 담당한다고 되어있지만 같은 조 3항에서 '관리'란 미국 학업과 생활부적응에 대한 상담과 지도를 의미한다고 정하고 있어 이 사안과 관련이 적다"고 봤다.

2심 법원도 1심의 판단을 인정하면서 항소를 기각했다.

부모들은 2심에서 "A사는 약관상 교환학생들에 대한 생활이나 학업 전체를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음에도, 관리업무를 현지학업과 생활 부적응시의 상담 및 지도로만 제한하면서 프로그램 참가 중인 학생이나 호스트 패밀리와의 접촉이 금지되는 것으로 규정한 약관조항을 통해 사실상 관리업무 내용을 기망했다"며 "우리는 A사가 학생의 유학생활 전반에 걸쳐 보호감독해줄 것을 믿고 프로그램을 신청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법원은 "규정 취지에 비춰볼 때 A사는 현지 생활하고 있는 교환학생에게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학업과 생활에 부적응한 교환학생에게 상담 등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해 주는 등의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그칠 뿐, 이를 넘어 친권자나 학교 교사에 준할 정도로 교환학생의 생활관계 전반에 관해 학생을 보호감독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법원은 "설령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한다 해도 이는 원활한 현지적응을 위해 필요한 정도에 그칠 뿐, 교환학생으로서의 일상생활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의 경우까지 보호감독 의무를 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유학비 반환청구 역시 유학원이 수속절차 대행의무를 모두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백인성 (변호사) 기자 isbae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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