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굶지말라고 카드 줬는데…"엄마가 빵 30만원어치"

머니투데이 / 류원혜 인턴기자

2019-08-21 06:05:00

[결식아동 식비 지원 '꿈나무카드' 가맹점 82%가 편의점·제과점…부모가 대신 사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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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무카드 가맹점인 종로구의 한 제과점 외관에는 '꿈나무카드(급식카드) 사용가능합니다'라고 적혀있다. /사진=류원혜
서울시에서 결식아동에게 균형 잡힌 식사를 지원하기 위해 발급하는 '꿈나무카드'가 실제 사용에 불편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꿈나무카드는 서울시가 2009년 18세 미만의 소년소녀가정과 한부모가족지원법상 지원대상, 부모의 실직과 질병 등으로 결식우려가 있는 아동의 급식지원을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다. 결식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시행됐다.

그러나 취재 결과 꿈나무카드 가맹점은 음식점보다 편의점·제과점에 치우쳐있었다. 또 꿈나무카드가 일반 카드와 디자인이 다르고 별도의 단말기가 필요해 정작 결식아동들이 눈치 보며 잘 사용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는 "조만간 문제점들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꿈나무카드 사용 시민 "부족한 가맹점수…주로 편의점에서 사용"
서울시는 결식아동에게 꿈나무카드를 발급해 보통 한 끼 5000원, 하루 최대 1만원까지 지원한다. 대상자에 따라 지원금에 다소 차이가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꿈나무카드 사용 아동은 총 1만9607명이다. 지원대상 아동은 각 구청에서 카드를 발급 받아 지정된 가맹점, 서울시 내 모든 편의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 2월 서울시 홈페이지 시민제안 게시판에는 한 시민이 "꿈나무카드 취지가 밥을 굶는 아이들에게 식사비를 지원해주는 것인데, 가맹점이 띄엄띄엄 있어 아이들이 일일이 찾아가려면 거리가 너무 멀다"고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는 "10분정도 걸어가 꿈나무카드로 계산하려고 하니 카드 사용이 안 된다고 한 적도 있다"며 "식당을 찾아가도 한 끼에 5000원 지원이라 김밥정도밖에 못 먹는 금액"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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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무카드 가맹점으로 등록돼있어 찾아갔지만 막상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13일 종로구의 한 죽 전문점 외관에는 "꿈나무 카드, 기계 고장으로 당분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점주는 "단말기가 고장 났다. 9월말부터 사용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해당 가게의 가장 저렴한 죽 메뉴 가격은 8000원이다. /사진=류원혜

그러면서 "모든 편의점에서 사용가능하지만 편의점 음식에는 첨가물,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 있어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며 "지원금을 사용 안하면 사라지니까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서 우유라도 산다"고 말했다.

이 시민은 가맹점 수가 적고 다양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집에서 간단히 음식을 해먹을 수 있도록 마트도 이용가능하면 좋겠다"면서 "양육비처럼 현금으로 지원해주는 것도 효율적일 것 같다. 지원 자체가 우리에게는 너무 감사하므로 금액은 올리지 않아도 좋다"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균형 잡힌 식사는 어디서?"…가맹점의 82.5%가 편의점·제과점
실제 꿈나무카드 가맹점들은 일반음식점보다 편의점과 제과점에 집중돼 있었다. 2019년 6월 기준 서울시 중구의 가맹점 12곳 중 8곳은 제과점이었다. 나머지 4곳 중 2곳이 분식이었으며 양식과 한식전문점이 각각 한 곳씩이었다. 종로구는 지난 1월 기준 가맹점 22곳 중 11곳만이 일반음식점이었다.

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2017년 꿈나무카드 사용실태를 분석한 결과 전체 가맹점 중 약 77%가 편의점이었다. 제과점을 포함할 경우 82.5%로 늘어난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중구, 종로구, 송파구, 서초구의 경우 전체 가맹점 중 90%이상이 편의점이었다.

이에 따라 결식아동들은 비용적으로, 심리적으로 사용하기 편한 편의점에서 주로 꿈나무카드를 사용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꿈나무카드 가맹점의 매출 규모는 편의점이 52.6%로 가장 높았다. 한식(2.8%), 중식(10.6%), 분식점(12.5%)에서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도 두 배가량 높은 셈이다. 결식아동들에게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한다는 취지와 달리 잦은 편의점 음식 섭취로 영양 불균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노원구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꿈나무카드를 쓰는 학생들이 오면 주로 도시락이나 라면을 사서 급하게 먹고 나가더라. 건강이 걱정됐다"면서 "한 끼 5000원으로 일반 음식점에서 밥을 사먹기가 어려워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을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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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무카드 가맹점인 종로구의 한 제과점에서는 샌드위치 가격이 6300원이다. /사진=류원혜

이와 관련해 서울시 측은 점주들의 부담을 덜어 가맹점을 늘릴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점주들에게 (일반 카드와 꿈나무카드 결제) 단말기를 따로 2개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하나의 단말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통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말기 시스템 일원화 작업과 함께 꿈나무카드 결제 수수료율도 낮출 방침이다. 관계자는 "꿈나무카드 수수료율은 1.8%다. 이것도 일반 체크카드 수수료율인 0.5%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며 "서울시에서도 가맹점을 늘리려고 자치구에 권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눈치보여 사용 못 하기도…서울시 "카드 디자인 개선할 것"
꿈나무카드를 결식아동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사용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자격이 되지 않는데 공무원이 몰래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거나 결식아동의 부모가 대신 사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꿈나무카드는 본인 사용이 원칙이다.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 적발되면 자격을 박탈하게 돼 있다.

중구의 한 제과점 측은 "주로 엄마들이 한 번에 꿈나무카드를 여러 장 갖고 와서 빵을 사 간다"고 말했다. 종로구에 위치한 한 제과점 측도 "아이들보다 부모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꿈나무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를 위해 썼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얼마 전까지 노원구의 한 제과점에서 5년 가까이 일했다던 노모씨(25)는 "지원금을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되기 때문에 매일 적립식으로 카드를 맡겨두고 (결제한 다음) 나중에 한 번에 30만원어치가량 빵을 사가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대부분 엄마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서울시 측은 "원칙에 따르면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꿈나무카드를 사용하면 안 된다"면서 "가끔 아이 대신 부모가 결제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상시 사용하는 것은 가맹점에서 막아야 한다. 증거가 없으면 처벌하기도 어렵다. 가맹점에서 지속적으로 차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카드를 (가맹점에) 맡겨 두고 사용하는 것은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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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원혜

결식아동의 경우 낙인효과 때문에 꿈나무카드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꿈나무카드는 일반 카드와 디자인이 다르고 결제 단말기도 달라서다.

노씨는 "종종 아이들이 꿈나무카드로 빵 사러 오면 더 친절하게 대했음에도 우물쭈물하면서 부끄러워했다"며 "눈치 보면서 '이 빵도 꿈나무카드 (결제)돼요?'라고 물어보는 아이도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카드가 달라서 더 그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측은 "꿈나무카드 디자인은 변경할 계획"이라면서도 "복지 사업은 100% 만족할 수가 없다. 일반 카드와 디자인이 같으면, 같다는 이유로 '부정사용하지 않겠냐'는 지적도 있다.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단 최대한 일반 카드와 급식지원 카드가 구분되지 않는 선에서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꿈나무카드라는 건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류원혜 인턴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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