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1.8조원 '성인지예산' 들여다보니

머니투데이

[사업 수행 과정서 수혜대상 '성별 분류' 가능하면 모두 성인지 예산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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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기획재정부

내년도 '성인지 예산'이 31조7963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성인지 예산의 당초 취지는 예산 과정에 성평등 관점을 적용해 양성평등한 예산 배분을 유도한다는 것이지만, 사업 수행 과정에서 수혜대상을 성별로 분류할 수 있는 사업은 모조리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직접 성평등에 기여하는 중점 추진사업 예산은 1780억원으로 전체의 0.6%에 불과하다.


14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도 성인지사업 예산서'에 따르면 내년 성인지예산은 31조7963억원으로 올해보다 25.1%(6조3760‬억원) 늘었다.

내년도 성인지 예산은 각 부처에서 작성한 예산안을 취합한 것이다. 기재부는 내년 성인지 예산이 △부처 성평등 목표 달성에 직접 기여하는 사업 △부처 성평등 목표 달성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사업으로 나눴다.

그런데 일부 사업 내역을 들여다보면 국가재원이 양성평등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성인지 예산 편성의 의의와는 거리가 느껴지는 항목이 많다.

교육부의 109억원 규모 장애학생 교육지원사업의 성평등 목표는 성인지적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여성장애인의 역량 강화 및 사회참여를 위한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올해 여성장애학생 3994명 중 987명(24.7%)만이 참여한 데 반해 남학생은 6493명 중 2142명(33.0%)가 참여했다. 여남 비율은 38:62인데, 참여자는 32:69 수준으로 오히려 여학생이 배제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651억원을 들이는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R&D) 사업은 여성 중소기업 R&D지원을 통해 기술혁신능력 제고 및 경제활동 참여 활성화가 목표다. 하지만 올해 수혜대상 950명 중 여성은 3.3%(31명)에 불과했다. 여성 비율은 2017년 5.8%, 2018년 5.5% 등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의 28억원 규모 항공전문인력양성사업은 취업역량을 강화해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게 목표다. 올해 항공조종인력 중 여성은 10명(8.3%), 남성 110명(91.7%)의 비율을 보였다. 항공기초인력 역시 여성 8명(8.9%), 남성 82명(91.1%)을 육성해 수혜대상이 남성에 치우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468억원 규모 개인기초연구- 중견연구(R&D)는 여성과학기술인의 기초연구 참여 확대를 통한 여성 경력유지·개발 지원이 목표지만 올해 여성연구자가 받은 예산은 252억8200만원으로 전체의 20.0%에 불과했다. 2018년(20.4%)보다도 비중이 낮아졌다.

농림축산식품부의 395억 규모 농기계임대사업 역시 올해 여성 수혜자는 11만8800명(43.2%)으로 남성 15만6200명(56.8%)보다 적었다. 여성농업인 수는 120만1373명으로 오히려 남성(114만6733명)보다 많다.

행정안전부는 87억원 규모의 민방위교육훈련 및 시설장비확충사업을 성인지 예산에 포함시켰다. 올해 민방위 대원은 358만6054명으로 이 중 여성지원자는 1.2%(4만4350명)에 불과하다.

수혜대상의 성별 분류가 불가능한 일부 사업도 성인지 예산에 포함됐다. 행안부가 2450억원을 편성한 지역맞춤형 청년일자리사업은 '지역별 실정에 맞게 지자체가 설계·시행하는 청년일자리사업을 통해 여성청년이 지역에서 일하며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지자체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사업을 선정하므로 예산서 상 성별을 구분할 수 없다.

행안부는 31개 시군구가 대상인 특수상황지역개발에도 2021억원을 들이지만 수혜대상은 분류하기 힘들다. 이 사업은 올해의 목표를 '여성'으로 잡았다. '성별통계 관리' 실행 여부를 올해 목표치로 설정한 것이다.

농식품부가 174억원을 들이는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도 수혜대상의 성별을 구분할 수 없다. 단지 '여성농업인을 전문인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홍보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국토부의 6839억원 규모 도시재생사업도 '지역내 남녀노소에 대한 보편적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삼았다. 이 역시 선정된 도시의 전체 주민이 대상이기 때문에 사업 수혜대상의 성비를 구분할 수 없음에도 불구, 성인지 예산에 끼워넣었다.


세종=최우영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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