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악엔 보약, 편향엔 빨대…'윤석열 검찰'이 받을 선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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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보낸 꽃바구니들이 22일 오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빌딩 앞에 늘어서 있다.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2003년 8월 'SK 비자금'으로 촉발된 대선자금 수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는 수사팀에게 보내온 보약과 떡이 배달됐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칼을 빼들어 정권 실세들을 구속기소 한 검찰에 대한 응원의 선물이었다. 정치권과 재계가 검찰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사를 밀어붙이는 검찰의 모습에 국민들이 보내온 전폭적인 지지의 표시였다.

당시 수사 지휘라인이었던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팬클럽이 생기기도 했다. 중수부 수사팀으로 배달된 보약과 떡은 바로 이들 팬클럽이 보낸 응원 선물이었다. 이 때 수사팀 평검사 중 한명이 지금의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윤 총장은 이상수 민주당 사무총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 고(故)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 당시 내로라하는 정권 실세를 모두 구속했다.
1997년 김영삼정부 말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를 구속 수사한 검찰에게도 국민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심재륜 당시 대검 중수부장 앞으로 보약이 배달되는가 하면 익명으로 10만원권 수표를 보내는 시민도 있었다. '소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누린 대통령 아들의 부패 범죄에 대해 엄단에 나선 수사팀을 격려하는 마음에서다.

2017년 '국정농단 특검팀'에게도 각종 선물이 쇄도했다. 꽃바구니와 화분들이 날마다 수사팀 사무실에 배달됐다. 박영수 특검에게 곰인형과 초콜릿을 전달하고 싶다며 직접 수사팀 사무실을 찾은 여성도 있었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이었던 윤 총장 역시 수많은 국민들로부터 응원의 선물을 받았다.

검찰이 늘 응원의 선물만 받았던 것은 아니다. 때때로 부당한 수사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은 물품들이 전달되기도 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와 관련해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이 벌어졌을 때가 그랬다. 당시 대검 중수부에 형형색색의 '빨대' 한 상자가 배달됐는데. "검찰 수사에 방해가 된 빨대를 찾을 수 있기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가 동봉돼 있었다.

노 전 대통령과 가족, 주변인사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검찰발 기사로 언론을 통해 무작위로 유포되자 이에 항의하는 경북의 한 시민이 보낸 것이었다.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수사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검찰의 관행을 비꼰 선물이었다.

최근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나서자 조 장관 지지자들이 윤 총장에게 '엿' 선물을 보내 화제가 됐다. 엿을 담은 상자 겉면에는 '엿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등 조롱투의 메시지가 써 있었다. 조 장관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정치적 의도에서 이뤄진 불공정한 수사라는 시각을 대변한 항의성 선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직후엔 윤 총장을 비롯해 검찰을 응원하는 '장미꽃 테이블'이 대검 정문 앞에 놓여졌다. '정의를 위해 싸워주세요. 검찰을 응원합니다!'라는 응원 메시지가 써있는 판넬과 함께다. 수사가 끝날 때까지 '윤석열 검찰'이 '장미꽃길'을 걸을 수 있을 지 국민들의 이목이 검찰에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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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초동 대검찰청에는 검찰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적힌 판넬과 장미꽃 수십송이가 올려진 테이블이 놓여있다. /사진=이미호기자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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