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점 강제퇴출' 국순당 대표, 대법원 "일부 무죄…다시 재판하라"

머니투데이 /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9-11-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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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국순당 배중호 대표 인터뷰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도매점에 매출목표를 일방적으로 할당하고 실적이 부진하면 퇴출시키는 등 이른바 '갑질'을 한 혐의로 기소된 국순당 대표에게 대법원이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라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순당 측이 일부 도매점주들 퇴출에 이용한 '도매점 거래처 정보'는 영업비밀이 아니라서 '영업비밀누설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김재형 대법관)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배중호 국순당 대표(66)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전·현직 간부 2명도 같은 취지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하급심에서 영업비밀누설 혐의가 무죄로 인정된 국순당 법인엔 원심 선고대로 벌금 5000만원이 확정됐다.

배 대표 등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도매점들에 신제품을 포함한 매출목표를 강제로 할당하고 매출이 저조하거나 회사 방침에 따르지 않는 곳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끊어 퇴출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국순당은 도매점 구조조정 계획을 세운 뒤 퇴출 대상 도매점에 제품의 공급물량을 줄이고 전산을 차단하는 등의 방식으로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회사 정책에 반발하는 도매점들을 조기 퇴출시키고자 본사 서버에 저장된 영업비밀을 이용해 거래처에 반품을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법원은 배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직 임원 2명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순당 법인에는 벌금 5000만원이 선고됐다. 1심 법원은 "배 대표 등은 회사와 도매점 사이의 특수한 관계를 이용해 일부 도매점에 일방적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등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했다"며 "거래상 우월한 지위로 압박을 하거나 거래처 정보 등을 부정하게 사용해 도매점을 퇴출시켰다"고 지적했다.

2심 법원은 원심을 깨고 배 대표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직 임원 2명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2심 법원은 업무방해 혐의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퇴출 대상 도매점의 전산시스템을 차단한 행위에 대해서는 1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했다.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는 모두 원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면서 파기했다. 피고인들이 일부 도매점주들을 퇴출하기 위해 이용한 도매점 거래처 정보는 영업비밀이 아니라서 '영업비밀누설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영업비밀이란 객관적으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이라면서 “도매점장들이 이 정보를 비밀로 유지하거나 관리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원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했다.

국순당 측은 2002년 도매점들이 거래하는 거래처에 대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거나 활용하기 위해 도매점 전산시스템을 구축했고 여기에 도매점장들이 정보를 입력했다. 도매점장들은 도매점 전산시스템에 입력한 거래처 정보 등에 대해 국순당과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한 적은 없고, 국순당이 이 정보를 관리해온 것을 인식했는데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이런 점들을 근거로 대법원은 입력된 정보들은 따로 영업비밀로 판단할 만큼 보안을 유지하면서 보관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송민경 (변호사) 기자 mk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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