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학과 폐지' 교수 해고한 대학…법원 "취소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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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일방적인 학과 폐지로 교수를 면직(직위나 직무에서 물러나게 함)한 학교의 결정은 정당하지 않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교수 이모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대학은 2013년 7월 교무위원회를 개최해 총 입학정원을 1010명에서 850명으로 대폭 감축했다. 또 이와 관련해 B학과를 폐지하기로 심의·의결했다. 결국 2017년 4월12일 B학과에는 재적 중인 학생이 전혀 없게 됐고, 지난해 2월8일 A대학은 B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던 이씨에게 면직을 통보했다.

이씨는 면직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이를 다시 판단해 달라는 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씨는 "A대학이 제정한 대학발전 구조조정에 관한 규정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제정되지 않았고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이뤄진 학과 폐지는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규정에 의하면 대부분 학과가 폐과 대상인데도 B학과만 폐지한 것은 명백히 자의적이다"면서 "설령 이 사건 학과 폐지가 적법하더라도 교양과목을 강의하게 하는 방법 등 면직을 회피할 방법이 있었음에도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면직처분을 한 것은 대학 측의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학의 자율성과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학과 폐지 및 이씨에 대한 면직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학교가 규정을 새로 만들기 위해선 20일 이상의 공고 및 교무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사건 구조조정 규정 제정 당시엔 각 계열 문서수신 담당자들에게 안내문만 교부했고 그 안내문에는 제정안의 취지나 주요 내용 등이 전혀 기재돼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예고 기간도 8일에 불과했다"며 "공고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A학교의 구조조정 규정 제정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또 "A학교는 B학과 폐지에 대해 등록인원이 모집정원 대비 70% 미만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2년 연속 등록률이 70% 미만인 다른 학과에 대해서는 자구책을 제출했다는 이유로 폐과를 유예한 반면 B학과만 유일하게 직권으로 폐과했다"며 "A학교에게 여러 학과 중 일부만을 선별해 폐과 여부를 결정할 재량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대학 측의 이런 재량을 인정한다면 대학구성원들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현저히 침해하고 대학 측의 자의적 해석과 집행을 막을 수 없다"면서 이씨에 대한 면직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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