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 서당, 학생이 흉기 들고 협박해도…"애들끼리 그럴 수 있다"
머니투데이
2021-03-30 09:10:05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
경남 하동의 서당에서 학교 폭력에 대한 증언이 잇따라 나온 가운데 한 서당이 학생들의 폭력 문제를 인지하고도 방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하동 지리산 청학동 기숙사 추가 폭행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난해 5월10일부터 12월30일까지 초등 2학년생 아들을 이 서당에 보냈으나 입소 당일부터 부반장으로 불리던 한 중학생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입소 한 달 후 외박을 나온 아들을 만났다는 청원인은 "당시 어깨의 멍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부딪혀서 멍든 것이라고 하더라"며 "퇴소 후 부반장한테 맞은 건데 부딪혀서 멍든 거라고 거짓말을 시켰고, 얘기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해서 말을 못했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어 "입소한 바로 당일부터 4학년 학생에게 '우선 죽빵 맞고 시작하자'는 말과 함께 얼굴을 맞는 등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행이 있었지만 서당에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 학생이 모두 잠든 사이 저의 아이를 깨워서 커터칼로 위협하며 아이의 목에 칼을 대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말 있으면 해봐'라고 하고 간식을 훔치자고 협박했다"며 "다음날 원장이 전화해 '애들끼리 그럴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고 가볍게 여기더라"고 했다.
청원인은 "뉴스가 나온 후 서당 원장과 통화했으나 반성의 기미도 없다"며 "기사가 나오기 전부터 우리 아이에 대한 피해사실에 말씀드렸으나 아무런 조처도 없을 뿐더러 원장히 오히려 억울하다며 은폐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당에서 생활하는 동안 극도의 불안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아이는 정신과에서 틱장애를 진단받고 수개월재 치료중"이라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사진=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
하동지역 서당에서는 최근 2건의 폭력 사건이 잇따라 알려졌다.
지난 1~2월에는 하동의 한 서당 기숙사에서 동급생과 선배 2명이 당시 초등학생 6학년 여학생을 집단 폭행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들은 피해자의 입에 샴푸 등을 강제로 넣거나 변기에 머리를 집어넣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피해 학생 부모는 청와대 게시판에 해당 사실을 알려 가해 학생과 서당 측에 엄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이 청원인은 "원장님께서는 큰 일이지만 크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했다"며 서당 측이 폭력 사건을 은폐하려는 정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동의 또 다른 서당 기숙사에서 지난해 2월 10대 남학생들이 동급생 남학생에게 유사성행위를 하거나 폭행을 한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가해 청소년 2명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하동지역 서당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박종훈 경남 교육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당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서당이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라고 말하면서 피해가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하동 청학동에서 운영 중인 서당은 8∼9곳가량이다.
김자아 기자 kimself@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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