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정주영에서 이재용-정의선까지…호형호제 하는 "경쟁자인가, 협력자인가"

머니투데이

[재계 1·2위 만남 주목…과거 반도체·자동차서 경쟁→실리적 협력관계 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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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2일 오전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내 각계대표 및 특별초청 인사들과의 신년 합동 인사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전격 회동하면서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해온 두 그룹이 본격적인 협력 관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글로벌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한때 불편했던 관계를 뒤로 하고, 두 그룹은 미래지향적 실리를 함께 나눌 예정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오전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장을 직접 참관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이날 방문은 이 부회장이 직접 맞았다.

정 부회장이 삼성그룹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사석에서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업 목적으로 비즈니스 미팅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삼성과 현대차는 해방 이후 70년 넘게 재계 서열 1·2위 자리를 다투며 경쟁해왔다. 주력 분야는 전자와 자동차로 각각 다르지만 한때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나선 경험이 있고, 현대는 전자 및 반도체 사업도 영위했다.

특히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과 정주영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번갈아 맡으며 개인적으로도 끈끈한 친분을 과시했다. 1980년대엔 삼성전자와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가 나란히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며 선의의 경쟁을 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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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가 2015년 발행한 ‘현대 한국인물 시리즈’ 3번째 우표.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과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을 소재로 한 우표다. /사진=머니투데이DB
삼성은 1983년 이병철 회장의 일명 '2.8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질세라 현대그룹은 그 해 2월 23일 반도체와 산업전자 분야 진출을 발표하며 현대전자산업을 설립했다.

사실상 이병철 회장과 정주영 회장의 경쟁을 통해 한국 메모리 반도체가 도약한 셈이다. 이후 삼성이 1995년 삼성자동차(현 르노삼성자동차)를 설립하고, 자동차 사업에도 진출하며 양사의 경쟁구도는 더욱 강화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반도체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과정에서 현대전자산업은 반도체 사업에서 철수한다. 삼성 역시 2000년 부진했던 자동차 사업을 접는다.

양사 관계는 2000년대 이후 주력 사업이 전자와 자동차로 명확히 재편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2001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빈소를 찾았고, 답례로 정몽구 회장이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을 방문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삼성-현대차 그룹은 오너 3세로 넘어오면서 본격적인 협력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는 명분이 아닌 실리 목적이다. 전장부품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집중 육성하고 있는 삼성의 이해관계와 자동차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선두주자로 나아가려는 현대차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졌다.

IT 분야에서 협력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8년 도요타와 소프트뱅크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차세대 교통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공동 출자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단독 기업만으로 시장을 선도하기 어렵다"며 "전략적 협력이 필수인 상황에서 과거의 악연을 따지고 있을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을 계기로 IT와 자동차 업계의 협업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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