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집회 이어졌지만…말없는 윤미향, 왜곡말라는 정의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을 둘러싼 논란이 3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평소와 같이 수요시위(수요집회)가 열렸다.


정의연은 이용수 할머니(92)의 기자회견 이틀 뒤 진행된 이번 수요시위에서 "할머니에게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최근 벌어진 논란과 관련해서는 "억측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의연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마음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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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일대사관 앞에서 1441차 정기 수요시위를 진행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기자회견에서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 전신)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했다'고 비판한 이후 처음이었다. 일주일 넘게 잠적하고 있는 윤미향 전 이사장은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나영 이사장은 "이용수 인권운동가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고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지난 30년간 투쟁의 성과를 이어가되 피해자의 고통이 지금도 해소되지 않고 문제 해결이 지연된 원인을 재점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 "공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한 뒤 쉼터 자료도 이미 제출하기로 합의한 터라 충격과 서글픔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검찰이) 몸이 편치 않으신 길원옥 할머니가 계시는 마포 쉼터까지 들이닥쳤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울음을 삼켰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와 언론이 매일 왜곡, 짜깁기 편파보도로 물어뜯고 할퀴고 아물 길 없는 상처 내기에 급급하다"며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더 이상 억측을 자제하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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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목소리, 정의연 운동 부정으로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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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날 수요시위에서는 정의연과 윤 전 이사장을 지지하고 일부 단체와 언론을 비판하는 발언이 특히 많았다.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사회의 진보적 변화에는 그것을 불편해하고 막아나서는 사람들의 반동이 있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번 논란이 위안부 활동을 부정하려는 일부 언론의 악의적 공격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441차 수요시위 공식 성명서에도 "자성과 변화를 요구한 피해자의 목소리는 아픈 역사를 짓밟고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가공돼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며 "그 화살은 평생을 헌신해온 윤미향 활동가와 정의연 운동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향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요시위 전후로는 언론의 악의적 보도를 경계하려는 모습이 여러 차례 눈에 띄었다. 참가자 수십명은 '조중동 폐간' '언론개혁' 등이 적힌 피켓을 드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한 종편 방송 카메라를 발견한 자원봉사자가 촬영을 멈춰달라고 요구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수요시위는 평화의 상징입니다', '아물지 않은 상처! 정의연을 응원합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중간중간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다같이 '정의연, 정의연'을 연호하며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이날 수요시위 인근에서는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반대집회를 열고 정의연 해체와 소녀상 철거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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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대, 정의연보다 소녀상 앞 집회 먼저 신고…경찰 "장소 분할해서 두 집회 모두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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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제65차 공익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5.21/뉴스1

한편 정의연이 매주 수요시위를 열던 옛 일본대사관 소녀상 앞 자리에 보수성향 시민단체 자유연대가 먼저 다음 달 집회 신고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집회는 먼저 신고한 단체에 우선 순위가 돌아가지만 경찰은 장소를 나눠 두 집회를 모두 진행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유연대는 다음 달 23일부터 나흘간 '정의연 해체, 윤미향 당선인 사퇴 촉구 집회'를 이 장소에 진행하겠다고 서울 종로경찰서에 신고했다.

수요일인 24일이 이 기간에 포함돼 있어 원칙상 정의연은 이날 다른 장소에서 수요시위를 진행해야 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서로 다른 집회가 동일한 장소와 시간으로 신고될 경우 선착순으로 우선순위가 주어진다.

경찰 관계자는 "자유연대가 선순위 집회지만 정의연과 일시, 장소가 중첩될 경우 집시법에 따라 장소 분할 등을 통해 마찰을 방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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