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늑장보고·은폐의혹…해군 '허위자백 사건' 총체적 난국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거동수상자'가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장교의 병사 '허위 자백' 지시는 물론 부대의 늑장보고·은폐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북한 목선 '경계 실패' 사건과 축소ㆍ은폐 의혹에 이어 또다시 늑장보고, 허위 자백 문제가 불거지면서 군 기강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군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10시2분경 해군 2함대 모부대 탄약 창고 근처에서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거동 수상자가 근무 중인 경계병에 의해 발견됐다. 이 거동수상자는 합동생활관 뒤편 이면도로를 따라 병기탄약고 초소방면으로 뛰어왔다.



이 인원은 암구호를 확인하는 과정에 응하지 않고 도로를 따라 도주했고, 해당부대는 '거동수상자 상황'으로 초동조치하고 작전계통으로 보고했다. 군은 부대방호태세 1급도 발령했다.



군 조사가 시작된 이후인 5일 해군 병사 1명이 자신이 거동수상자라며 자수를 했는데 9일 수사 과정에서 이 것이 '허위 자백'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거동수상자의 신분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많은 인원들이 고생할 것을 염려한 직속 상급자(장교)가 병사들에게 허위 자수를 제의했고, 한 수병이 그 제의에 응해 허위 자백했다는게 군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합동참모본부나 국방부 등 상급기관으로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군에 따르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함대 거동수상자 발생 사실과 병사 허위자백 사실을 일주일이 지난 11일에서야 처음 보고받았다.



박한기 합참의장은 거동수상자가 발견됐다는 것은 상황 발생 직후 인지했지만 '허위자백' 사건은 역시 11일 처음 인지했다.



해군 고위 관계자는 "9일 오후 1시13분에 헌병 수사 중 (병사의) 허위 자수 사실이 밝혀졌고 이 내용은 합참의장, 장관에게 보고되지는 않았다"며 "그 이유는 5일 새벽 12시50분에 2함대에서 대공용의점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거동수상자가 발생한 직후 합참 주관으로 조사한 결과 외부에서 침투한 흔적 등 대공용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관할을 2함대 소관으로 넘겼기 때문에 이후 내용들이 '윗선'으로 올라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해군 고위 관계자는 "합참의장과 장관에게 수사 중간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는 판단을 안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후속 조치도 계속 늦어졌다. 거동수상자는 상황 발생 8일이 지난 현재까지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으며, 허위 자백을 지시한 해군 장교는 지난 9일 부정 행위가 발각된 이후에도 3일간 업무를 하다가 이날 오후 2시 직무배제됐다.



2함대 사령부가 사건을 숨기다가 이날 오전 언론에 보도되자 뒤늦게 직무배제 조치를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이날에서야 사건을 제대로 보고받고 오전 8시55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 등 8명을 현장에 급파했다.



직무배제 조치가 뒤늦게 이뤄진 것에 대해서 해군은 당시 장교가 10여명에 이르는 병사들에게 공개적으로 '허위 자백'을 제안한 만큼 사전 모의가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허위자백을 지시했음에도 '사전 모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3일간 허위자백을 지시받은 병사와 격리조치하지 않은 것이다.



합참과 2함대가 부대 내 폐쇄회로(CC)TV나 울타리 등을 확인한 결과 외부 침투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 역시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방부는 이 사안을 엄중하게 생각해 조사 주체를 2함대에서 국방부 조사본부로 변경했다. 국방부는 합참과 2함대가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판단한 부분도 다시 들여다볼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오전에 8명을 현장에 급파하고 인원을 25명으로 추가해 정밀하게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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