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초복 장사 옛 말"…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보신탕

아시아경제

2019-07-10 08:42:19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종로 골목에서만 오래 장사해왔는데, 이름을 날리던 보신탕집을 드나드는 발걸음이 예전만 못합니다. 시대가 완전히 변한 것 같아요."



초복(12일)을 3일 앞둔 9일 오후 2시경 종로신진시장 골목. 점심 영업이 한창이어야 할 시간이지만 수 대째 영업을 이어온 유명 보신탕집 두 곳의 테이블은 절반 이상 비어있었다. 50~60대로 보이는 중장년 남성들 몇 명만이 모여 앉아 식사와 반주를 곁들이고 있었다. 인근에서 만난 동네 음식점 사장 한주엽(가명ㆍ65)씨는 "여름이어서 그나마 손님이 조금 있는 편이지만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데다 '개고기=혐오식품'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됨에 따라 보신탕집을 점점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일명 '맛집'으로 알려진 보신탕집마저 주메뉴를 전환하고 개고기 판매를 중단하고 있어 이제 서울시 소재 보신탕을 판매하는 업소는 100곳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축산법이 개정되면 보신탕집은 아예 불법으로 간주돼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동대문역 인근에서 수십 년 동안 보신탕을 판매해온 A사철탕집의 경우 아예 간판을 새로 내걸고 메뉴를 한방 오리, 소머리곰탕 등으로 변경했다. 건물 뒷편에는 '사철탕' 간판이 여전히 걸려있지만 사장 김명자(가명ㆍ60)씨는 "이제 개고기를 팔지 않는다"고 손을 내저었다. 김씨는 "단골 손님이던 나이 든 남성들마저 이제는 보신탕을 찾지 않아 아예 메뉴를 바꿔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 창원에서 B보신탕집을 운영하던 전민정(가명ㆍ51)씨 역시 "개고기가 혐오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항생제 문제가 심각하다는 보도가 나온 후 손님이 뚝 끊겼다"며 "지난해부터 주메뉴를 백숙, 오리 등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용인에 거주 중인 황승영(가명ㆍ44)씨는 "부모님과 함께 흑염소, 보신탕 메뉴를 앞세운 가게를 운영 중인데 적자를 면치 못한다"며 "시대적 흐름에 맞춰 보신탕 메뉴는 이제 팔지 않으려고 한다"고 한숨 쉬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경동시장 내에 남아있던 서울의 마지막 식용견 도축업소 두 곳은 올 초부터 개 도축을 중단했다. 2005년 528곳에 달했던 서울 시내 보신탕 식당은 10년 만인 2014년 329곳으로 줄어들었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식품정책과 외식업위생팀 관계자는 "현재 보신탕 메뉴는 일반음식점의 자체적인 메뉴로 분류돼 명확한 집계가 어렵다"면서도 "현재는 외곽 지역 일부를 제외하면 주요 상권에서 보신탕집을 거의 찾기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시청 인근 보신탕집만 해도 몇 년 전까지 3~4곳 영업을 이어오던 곳이 다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동물단체 등의 요구에 따라 축산법 등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 개 식용 문화는 완벽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축산법 및 축산법 시행규칙에서는 소ㆍ말ㆍ돼지ㆍ염소ㆍ노새ㆍ당나귀ㆍ꿀벌ㆍ토끼ㆍ개 등을 '사육이 가능하며 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동물'로 정의하고 있어 식용견 사육 등에 대한 명확한 제재가 어렵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는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발의한 축산법 개정안, 같은해 6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정부 역시 지난해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도록 축산법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동물권단체, 30여곳 동물 시민사회단체 등은 복날인 오는 12일 국회 정문 앞에서 '복날추모행동' 집회를 열고 개 도살을 금지하는 법안 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집회에는 할리우드 배우 겸 동물권 운동가 킴 베이싱어가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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