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위해선 임금도 동결" 달라진 현대차 노조…車업계 선례되나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파업도, 몸싸움도 없었다. 대신 전기차 시대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국면에 머리를 맞댔다. ‘생존’에 대한 불안감은 현대자동차 노사의 교섭장 분위기를 바꿔놨다. 이에 노사는 올해 11년 만의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




28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날 오후 노사는 2020년 임금협상 합의안과 관련해 조인식을 진행한다. 앞서 현대차 노조가 지난 25일 전체 조합원(4만9598명)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률 52.8%로 가결됐다. 임금 동결을 비롯해, 경영성과급 150%, 코로나19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 10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등이 담겼다.



올해 교섭이 이전과 다른 달라진 데는 무엇보다 노조의 변화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본격적인 교섭에 돌입하기 전부터 ‘실리’를 강조해온 현대차 노조는 변화된 임단협 교섭을 주도했다. 처음 사측에 제시한 노조 요구안에는 월 12만304원의 임금 인상 등도 포함됐지만, 전기차 시대의 고용 방안이 우선순위에 놓였다. 잠정합의안이 나온 뒤엔 일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임금동결 등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주류를 이루지는 못했다.



생존에 대한 고민의 결과는 이번 교섭에서 함께 채택된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에 담겼다. 선언문엔 ▲국내공장 미래 경쟁력 확보와 재직자 고용안정 ▲전동차 확대 등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 대응 ▲미래산업 변화에 대비한 직무전환 프로그램 운영 ▲고객·국민과 함께하는 노사관계 실현 등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생산물량 연간 174만대 이상을 유지하고 전기차 전용공장 추가 지정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제 관심은 현대차 노조의 변화가 업계에 미칠 영향에 쏠린다. 일단 여타 완성차 업체들 역시 고용에 방점을 찍은 채 교섭을 진행 중이다. 기아차 노조는 현대차와 동일한 월 12만304원의 임금 인상과 더불어 미래차 부품 관련 공장을 내재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일찌감치 일자리 문제 관련 큰 틀에서 합의점을 찾은 뒤 임금 등 나머지 사안을 조정한 현대차의 전례에 비춰보면 빠른 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GM의 분위기는 더욱 좋지 않다. 한국GM 노조는 임금 인상과 더불어 부평2공장 신차 배정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곳에선 트랙스와 말리부 등이 생산되는데 판매량이 계속해서 줄고 있어 고용에 불안감을 느끼는 탓이다. 하지만 사측은 경쟁력과 효율성 측면에서 신차 배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합법적인 파업에 나설 수 있는 쟁의권도 확보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완성차 업계의 '맏형' 격인데다 올해 임단협의 화두도 유사한 만큼 여타 업체들도 현대차의 교섭 결과를 주시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다만 동일한 일자리 문제라도 업체별로 노조의 요구를 수용 가능한 운신의 폭이 다르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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