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상고법원 위해 우병우에 '미워하지 말라' 전화"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설득하는 등 다양한 물밑작업을 벌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7일 임 전 차장 재판에 시진국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현 통영지원 부장판사)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시 전 심의관은 행정처 근무 시절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청와대) 설득방안'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시나리오 검토' 등 각종 문건을 작성해 감봉 3월의 징계를 받은 인물이다.



검찰은 먼저 2015년 4월5일 작성된 BH 상고법원 검토보고서를 제시하면서 "임 전 차장의 지시로 기재한 게 맞냐"고 물었고 시 전 심의관은 "맞다"고 답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개별 면담이 문건에 작성된 대로 추진되려고 했는데 '성완종 리스트' 사건 때문에 미뤄진 것 같다고도 했다.



특히 시 전 심의관은 임 전 차장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전화해 "우리 법원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 상고법원을 도와달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는 검찰조사에서의 증언이 맞다고 했다. 이는 당시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의 걸림돌 중 하나로 우병우 민정수석의 '반(反) 법원 정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그는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2015년 6월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실을 방문해 사법한류방안을 보고했다고 했다. 사법 한류 방안은 당시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기여하기 위해 제시한 것이다. 이는 국제상사법원이나 중재센터 등을 국내에 신설하는 계획이다.



그는 "날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피고인으로부터 이정현 의원을 만나서 사법 한류 방안을 설명했다는 얘길 들었다"며 "피고인이 그걸 토대로 저보고 세부 설명을 하러 방문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시 전 심의관은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대해 "굉장히 이례적이었다"며 "두 세 번 '제가 가서 만나는 게 맞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피고인이 '이미 얘기가 다 됐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이를 들은 이 의원은 "이건(사법 한류 방안) 바로 BH에 보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시 전 심의관은 이후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면담을 앞두고 '말씀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사법부의 국정 운영 협력 사례를 정리했다고 증언했다.



'사법부 협력 사례'는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의 아이디어라는 말도 임 전 차장에게서 들었다고 밝혔다. 시 전 심의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밀양 송전탑 사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건 등을 협력 사례는 박 당시 처장의 지시였나'는 질문에는 "제 기억으로는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서 작성했다"고 했다.



앞서 지난 2일 증인으로 출석한 정다주 전 심의관도 임 전 차장 지시로 강제징용 및 청와대 설득 문건 등을 작성했고, 상당히 부담스러웠다고 증언한 바 있다.



시 전 심의관도 이날 "피고인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소위 찍혀서 생활하는 것을 많이 봤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는데 맞느냐"는 질문에 "많다고 말한 건 수정해야 한다"면서도 "전임 심의관에게 많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저도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한편 시 전 심의관과 함께 '말씀자료'를 준비한 박상언 전 심의관은 이메일에서 박 전 대통령을 가리켜 "할매(의 사법부) 불신 원인은 정말 소설입니다"라고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할매의 불신에서 할매는 박 전 대통령을 지칭하느냐'는 질문에 "그랬던 거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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