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무죄추정원칙 내게 없어" 울먹…보석 요청도

아시아경제

'미투' 촉발 서지현 성추행 뒤 인사불이익 준 혐의


1심에서 징역 2년에 법정구속


"서 검사 인사, 은밀하게 이뤄진 거 아냐" 반박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자신이 성추행한 서지현 검사(46·사법연수원 33기)에게 인사불이익을 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태근 전 검사장(53·20기)이 항소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안 전 검사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이성복 부장판사) 심리로 18일 진행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서 검사의 인사는 은밀하게 이뤄진 게 아니다"라며 "원칙에 따르면 부치지청의 경력 검사 중 근무 성적이 우수한 검사는 본인의 희망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돼 있는데 95명 중 91등의 인사 평가를 받은 서 검사가 대상자가 아닌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천 명의 검사가 관심을 갖고 인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데 담당 검사가 제 지시에 따를 수 있었겠는가"라며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고, 인사 지시도 애초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안 전 검사장은 "검찰은 아마도 서지현 검사 한 명만 보고 그 중심으로 당시 인사를 분석·파악했을 것"이라며 "이제 이 왜곡된 프레임에서 벗어나 2015년 8월로 돌아가 모든 검사에게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인사안을 마련하려 한 인사팀의 입장에서 바라봐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나 의심스럽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라는 등의 말은 제게 해당되지 않는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또 "유죄를 입증할 책임이 검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죄를 입증할 책임이 제게 있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안 전 검사장은 이어 "1심의 판단을 탓할 생각이 없다. 모두가 제 잘못이다"라면서 "검찰 수사와 왜곡들을 알기 쉽게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제게 어떻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할지 분명 고심됐을 것"이라며 "기소를 위해 애초에 없던 원칙을 새로 만들었다"고 작심 비판했다.



안 전 검사장은 또 검찰의 조서 내용을 예로 들며 "질문 내용을 보면 검사의 심리상태가 속된 말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였던 것"이라며 1심에서 부르지 않았던 당시 인사 담당 검사 등을 법정에 불러 객관적으로 신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은 인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수사했다고 하지만 그간 밀행적으로 이뤄진 인사에 대해 객관적 시각에서 들여다봤다고 해석해야 한다"면서 "피고인의 주장은 1심에서 충분히 제기하고 심리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안 전 검사장의 보석 심문도 함께 진행됐다. 안 전 검사장 측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으므로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전날 보석을 허가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예시로 들기도 했다.



안 전 검사장 측은 "대대적인 언론보도와 수사를 통해 피고인은 물론 가족까지 노출돼 도주의 우려가 없고, 검찰의 압수수색에서 나온 자료는 이미 검찰을 떠난 피고인이 접근하거나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도 방어권을 위해 불구속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보석 허가도 같은 취지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이 일정한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복역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심리적으로 동요할 가능성이 있고,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보석 불허의 입장을 밝혔다.



안 전 검사장은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를 성추행한 이후,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2015년 8월 그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안 전 검사장은 검찰국장의 업무를 남용해 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실시간 베스트
오늘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