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정희 긴급조치는 불법…수사·재판 받았다면 국가가 배상"

아시아경제

2015년 '긴급조치 발령 불법행위 아니다'


양승태 대법원 판결과 상반되는 하급심 2건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은 경우 불법구금이나 가혹행위를 당하지 않았어도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김모씨 등 긴급조치 피해자 6명과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김씨 등은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에 따라 내린 긴급조치 제1호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확정받았다. 긴급조치 1호는 유신헌법을 부정, 반대하거나 폐지·개헌을 주장할 경우 영장 없이 체포·구속한다는 내용이다. 김씨 또한 유신 폐지 운동을 벌이려 한 혐의로 징역 15년의 판결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이후 긴급조치가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판결을 선고했고, 김씨와 같은 다수의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김씨는 2013년에 소를 제기했지만 민주화보상법, 국가배상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면서 기일이 미뤄졌고 지난해 8월 결과가 나온 뒤에야 진행이 가능했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민주화운동법에 의한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별도로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번 판결도 이 결정과 취지가 같다.



하지만 앞서 2015년 당시 양승태 대법원이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는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국민 개인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과는 상반된다. 실제로 이번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민주화보상법에 대해 판단하면서,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은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한 뒤 처음 나온 것이다.



이번 재판부는 긴급조치 1호 발령은 불법행위가 맞기 때문에 고문 등의 행위가 없어도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1호 발령행위는 유신헌법이 규정하는 대통령의 의무를 위반한 행위이므로 구 국가배상법이 규정하는 공무원의 고의에 의한 위법행위임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재판부는 이날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은 정모씨와 그 가족 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긴급조치 9호에 의한 수사, 재판 등에 의해 국민들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해 긴급조치 9호를 발령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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