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얼대는 2살 아이에게 스마트폰 줘? 말어?

아시아경제

2019-05-22 08:37:42

-영유아에게 전자기기 얼마나 줘도 될까


-2~4세 하루 1시간 넘으면 안 돼…1세 이하면 아예 노출 차단해야


-시각중추만 자극, 전두엽 무감각


-中 1,2년쯤 폰 늦게 사줄수록 좋아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 만 2세 딸을 두고 있는 이지현(35)씨는 매일 식사시간마다 딸과 전쟁을 치른다. 이 씨의 딸은 스마트폰이나 TV를 틀어주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는다.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혼내봐도 통하지 않아서 최후의 수단으로 꺼내든 스마트폰이 화근이었다. 이 씨는 "식당에서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쓰면 다른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스마트폰을 쥐어줬는데 이제는 스마트폰 없이는 밥을 먹지 않는 지경이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 최안나(37)씨 부부는 이씨의 경우와 반대다. 집에서 TV를 없애고 아이(만 3세) 앞에서 스마트폰도 되도록 보지 않았다. 밥을 잘 먹는 아이라 식사시간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외식을 할 때면 아이가 식당에서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다른 또래의 아이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할머니댁에 갈 때마다 접하는 TV도 잊지 않았다. 집에 와서도 TV에서 봤던 '뽀로로'와 '콩순이', '아이 상어'를 찾았다. 최 씨는 "지금까지 잘 버텼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언제부터 얼만큼 스마트폰을 보여줘도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아이에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쥐여주고 밥을 먹는 부모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인터넷상에서는 부모 편하자고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준다고 비판하지만, 부모들은 아이가 가만히 있지 않으니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스마트폰을 건네게 된다고 말한다. 아이의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을 익히 알지만 어쩔 수 없다는 항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에 자극적인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되면 각종 발달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WHO "만 2~4세, 하루 1시간 이하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영ㆍ유아들의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에 관한 첫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정확한 명칭은 '5세 미만을 위한 신체 활동, 정적인 활동, 수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이 안에 전자기기 화면 노출 시간에 관한 지침이 들어 있다.



가이드라인을 보면 만 1세 이하는 전자기기 화면에 아예 노출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만 2~4세는 하루 1시간 이상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되면 안 되며, 노출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여기서 전자기기 노출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TV, 게임기, 컴퓨터 사용 시간이 포함된다.



WHO는 영ㆍ유아의 전자기기 노출 시간과 관련된 첫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적절한 신체 활동과 충분한 수면이 보장돼야 비만과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만 1~4세는 하루에 최소 3시간 이상 다양한 신체 활동을 하면서 보내야 하고, 1세 미만은 마루에서 놀면서 모든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TVㆍ스마트폰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 정적인 활동은 건강을 악화시키는 위험 요소이며 비만과도 연결된다. 전자기기에 의존하는 정적인 활동보다는 아이가 실컷 뛰어놀고 잠을 잘 자야 비만과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건전한 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다.



피오나 불 박사(WHO 비전염성 질환에 관한 인구 기반 예방 및 감시 프로그램 매니저)는 "신체 활동을 늘리고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며 아이들에게 양질의 수면을 보장하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며 "소아비만과 이후 관련 질환들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언어발달 방해= 영ㆍ유아 시기에 일방적이고 자극적인 전자기기에 많이 노출되면 언어 능력이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성구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최근 만 2세 이전에 하루 2시간 이상 미디어에 노출되면 언어발달이 지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교수팀에 따르면 언어발달 문제로 병원을 찾은 아이의 63%가 하루 2시간 넘게 동영상 등 미디어에 노출됐다. 미디어를 처음 접한 시기도 95%가 생후 24개월 전이었으며 79%는 혼자 미디어를 시청했다. 이 아이들이 가장 많이 본 동영상은 만화(39%)였다. 이어 노래와 율동(37%), 동화(3.9%), 영어 학습(2%) 등의 순이었다.



김 교수는 "미디어를 이용한 교육이 유익하다고 여기는 부모도 늘고 있지만 미디어에 일찍 오래 노출되는 것은 언어발달 지연의 위험인자"라며 "어린 나이에 미디어를 시청하면 부모와 소통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간을 잃게 되고 창조적인 놀이를 못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 노출은 빠르게 지나가면서 시각중추만을 자극하고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까지는 활성화하지 않아 언어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은 되도록 늦게= 전자기기 화면을 통한 자극은 일방적으로 전달될 뿐 상호작용이 아니다. 뇌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으로 활성화되는데 전자기기를 통해 뇌를 자극하면 상호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게다가 미디어는 시청을 유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극적인 흥밋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영ㆍ유아가 스스로 지루한 것을 조절하는 연습을 할 기회가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집중력이나 학습, 사회성 발달에도 영향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람의 뇌 피질은 영역별로 통합 조절 기능을 하는 전두엽, 감각 기능을 하는 두정엽, 시각 기능의 후두엽, 청각 기능의 측두엽 등 4개의 엽으로 나뉜다. 뇌 영역은 성숙 속도와 시기가 다르다. 전두엽은 생각, 판단, 운동, 계획 수립, 의사결정 등 인지 기능과 직결된다. 청소년기에 발달하며 그 이전은 아직 미성숙한 때다. 전두엽이 덜 발달한 아이는 즐거운 것을 스스로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스마트폰 사용 시기를 초등학교 졸업 이후로 늦춰야 하는 이유다.



방수영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을 언제 사줘야 하는지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으나 되도록 늦게, 꼭 사줘야 한다면 중학교 1~2학년 때를 추천한다"며 "중학생 시기에도 스스로 조절 능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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