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토착왜구냐" vs "혐오표현 그만"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반일 감정이 고조 되고 있는 가운데 '토착왜구' 말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토착왜구란 일제강점기 때 친일을 하던 친일파를 일컫는 말로 일제강점기 이태현 학자가 쓴 정암사고라는 산문집에서 '토왜(土倭)'라는 말이 친일부역자란 뜻으로 사용됐다.



관련해 사학자 전우용 씨는 이태현은 '토착왜구' 말의 창안자가 아니고, 많은 사람이 공감해서 쓰다 보니 지식인의 문집에도 등재되었다고 추정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토왜라는 단어는 누가 창안했는지는 모르나 그 사실 적합성 때문에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결국 지식인들의 문집에까지 등재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면서 토왜를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병들게 하는 인종(人種)'으로 규정했다.



이런 의미를 담고 있는 '토착왜구' 말은 최근 반일 고조와 맞물리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널리 많이 쓰이고 있다.



예컨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토착왜구 아니냐며 묻는 식이다. 그런가 하면 일부 누리꾼들은 "내년 총선은 한일전이다, 한국에서 토착왜구를 완전히 몰아내자"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일본 제품을 불매하지 않거나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면 무조건 토착왜구로 낙인 찍히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스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예 '혐오표현'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최근 한 20대 직장인 A 씨는 자신의 SNS에 "반일 분위기는 분위기고 저는 일본에 여행을 갑니다"라고 글을 올렸다가 수 많은 누리꾼들에게 많은 항의를 받았다.



한 누리꾼은 "지금 분위기에 꼭 일본을 가야겠냐"면서 "아예 일본에 가서 살아라"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들 역시 대체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20대 직장인 B 씨는 "토착왜구라는 말이 혐오표현으로 규정될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라며 "일본인을 모두 싸잡아 비하하는 발언도 아니지 않나"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인이 토착왜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찔린다는 걸 반증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학생 C(22) 씨 또한 "현재 한일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이고, 불매운동까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토착왜구'라는 말을 더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반면 토착왜구 표현은 상대방을 너무 몰아간다는 취지의 의견도 있었다. 30대 직장인 D 씨는 "반일 분위기가 고조 되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현재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라면서도 "일종의 검열 분위기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직장에서도 눈치가 보인다"라고 토로했다.



그런가하면 E(59·남·자영업자) 씨는 "'토착왜구'라는 말이 상대를 비하하려는 의도를 가진 말은 맞지 않냐"면서 "왜구라는 단어 자체가 남의 나라를 침략해서 약탈한다는 뜻이 있으니, 좋은 말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렇지만 쓰는 사람에 따라서 생각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써라', '쓰지마라'를 강제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한겨레 A 논설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아는 사람이면 '토착왜구'라는 말을 쓰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빨갱이'라는 말과 정치적 의미가 같기 때문이다"라며 이 말을 쓰지 말 것을 권유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둘 다 같이 '생각이 틀려먹은 죽일 XX'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냥 '당신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데서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민웅 경희대학 미래문명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토착왜구 말을 쓰지 말자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한다면, 토착왜구라는 말을 쓰지 말자, 빨갱이라는 말처럼 무고한 사람들을 곤욕스럽게 만들 수 있으니, 이런 주장을 하는 한겨레 A 논설위원이 자신의 동경특파원 시절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면서 "토착왜구라는 말이 자칫 무고한 이들을 낙인찍을 수 있다는 우려는 이해하나 이 말이 가진 역사성을 빨갱이라는 죽음의 언어로 기능했던 말과 동일시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도는 알겠는데. 토착왜구라는 말이 생각이 틀려서 문제를 삼는 건 분명 아니고. 내부에서 왜적행세를 하는 자를 가려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간교한 논법으로 왜적의 편이 되서 전선을 교란시키니. 생각이 틀리다고 낙인찍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해서는 안되고. 그건 태도의 문제다"라고 반박했다.



'빨갱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빨갱이라고 지목해서 죽이기까지 한 역사와 친일잔재세력의 커밍아웃에 대한 대중의 지혜가 모인 토착왜구를 등가로 놓는 건 곤란하다"면서 "빨갱이라는 말이 사람 죽이는데 누가 썼는지 안다면 이런 논리는 내세우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인식으로 한일관계를 생각한다는 것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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