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가짜뉴스 아닌가요" 가짜뉴스, 정치·사회 전방위적 확산

아시아경제

2019-08-22 06:00:00



[아시아경제 김수완 인턴기자]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SNS를 자주 이용한다는 대학생 A씨(23)는 최근 즐겨보던 SNS에서 깜짝 놀랄 만한 게시물을 보게 됐다. '한국 여자들도 7천원에 몸을 팔게 될지도ㅠㅠ'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이 올라온 것이다. 그는 "'이런 영상도 사람들이 많이 볼까?'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진짜 조회수가 금방 올랐다"며 "무려 200만에 달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해당 영상을 시청한 것을 두 눈으로 보았다. 누가 봐도 진짜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평소 일본 불매운동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직장인 B씨(27)는 "SNS상에서 퍼지는 일본관련 가짜뉴스가 많아진 것 같다"며 "최근 일본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안 좋아 지면서 '우리 경제가 침체될 것이다', '불매운동은 한국 경제를 망치는 길이다' 식의 논리가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일본을 여행하는 우리 국민에게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징역 1년의 처벌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공유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는 것을 보고 "가짜가 진짜가 되는 건 한 순간인 것 같다"고 전했다.



#주부 C씨(54)는 자녀들의 SNS이용에 불만이 많다. 그는 "아이들이 너무 무분별하게 정보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모임이나 가까운 친척을 만날 때 "'가짜뉴스'를 진짜로 아는 사람들을 보며 어른도 거짓된 정보에 휩쓸리는데, 하물며 어린 아이들은 얼마나 쉽게 믿을지 안 봐도 알 것 같다"고 전하며 아이들이 받을 영향에 대해 걱정했다.



'1인 미디어시대'가 도래하면서 혼자서도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쉬워진 만큼 사실이 검증되지도 않은 이른바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있다. '가짜뉴스'(Fake news)라는 용어는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전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가짜뉴스의 사전적 정의는 '언론보도의 형식을 띠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포되는 거짓뉴스'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 특정세력이 정치 또는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의도로 퍼뜨리는 경우가 많다. 사실이 명확하지 않지만, 뉴스 형식을 취하고 있어 많은 이들이 속게 된다.





최근 알려진 가짜뉴스는 한국인이 일본인 남성을 폭행했다는 뉴스다. 지난달 27일 일본어를 사용하는 한 트위터 사용자가 "서울역 인근에서 일본인 남성이 한국인 남성 6명에게 뭇매를 맞았다"라고 주장했다.



이 트위터 사용자는 서울로 여행가는 이들에게 알린다면서 일본인 친구가 한국인 6명에게 집단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트윗은 일본과 한국에서 1만 번 가까이 공유되면서 진위에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한일 역사, 경제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폭행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큰 파장이 일어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서울역 파출소, 서울 경찰서, 주한일본대사관 어디에도 관련 사건이 접수된 바 없었으며, 한국철도공사 측도 언론을 통해 "지난달 27일 서울역에서 일본인 폭행 사건은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관련 증거가 없고 경찰에서 사건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 등 '가짜뉴스'라는 의혹이 불거지자 해당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김정숙 여사, 외교적 결례 범해" 가짜뉴스로 밝혀져

가짜뉴스는 사회 영역은 물론 정치도 가리지 않는다. 보수 유튜브 채널에서 언급한 김정숙 여사가 팔짱을 껴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동영상이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해당 영상은 지난 6월 28일 G20 행사에 참석한 정상들의 배우자끼리만 모여서 교토의 명소를 둘러보는 상황을 설명했다.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의 팔짱을 끼고 있던 김정숙 여사가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부인 줄리아나 아와다 여사에 의해 제지당해 뒤로 물러섰다고 조롱했다.



또한 서구권에서 동성끼리 팔짱을 끼는 것은 연인들끼리 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김정숙 여사가 프랑스 영부인의 팔짱을 낀 것은 외교 결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극히 일부만을 편집해 올린 영상은 앞뒤 상황 설명이 전혀 없었다. 또 외교 무대에서 팔짱을 끼는 것이 결례라는 주장도 근거 없는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실제로 김정숙 여사를 제지했다는 아르헨티나 영부인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영부인을 맞이하며 팔짱을 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사임설 등 정치 관련 가짜뉴스는 다양하다.



청와대는 가짜뉴스를 사회통합의 중대한 걸림돌로 보고 대응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가짜뉴스에 대해 "올바른 진단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 경제에 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 들어 공식석상에서 네 차례나 가짜뉴스의 해악을 지적했다.




"가짜뉴스 유해" vs "표현의 자유"

대중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포털 사이트 등 다양한 채널에서 이를 접한다. 무시하거나 받아들이거나의 결정은 오롯이 대중들의 몫이다. 하지만 가짜뉴스는 확대 및 재생산의 속도가 빠르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를 찍어내는 비교적 작은 채널도 월수입이 100만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했다.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양희창 유튜브 전문 컨설턴트는 "더 유명한 채널 같은 경우는 적어도 월 1,000만원 이상, 많은 달에는 1억원까지도 바라볼 수 있을 만큼 번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구독자의 자발적인 후원금은 별도다.



한편, '가짜뉴스'를 우려하는 응답자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59%로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그 중 영국은 70%로 가장 높았고 미국(67%), 프랑스(67%), 호주(62%), 캐나다(61%) 순이었다.



커지는 가짜뉴스 영향력을 막기 위해 일부 국가들은 정보를 고의로 조작하거나 이러한 정보를 배포하는 행위를 범죄로 취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에서 가짜뉴스 방지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정부 당국이 허위정보로 판단하면 미디어는 콘텐츠를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한다.



가짜뉴스를 유포한 개인은 최대 10년의 징역형, 관련 기업은 최대 100만 싱가포르 달러(약 8억667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독일과 말레이시아,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도 이미 가짜뉴스 규제가 도입됐다.



다만 이 같은 가짜뉴스 규제는 권한남용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인권활동가들은 정권에 비판적인 단체나 언론의 정당한 게시물과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등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데 가짜뉴스 방지법이 오용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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