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해자 "계획범죄 일 수도…트라우마 시달린다"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30대 여성이 서울역에서 일면식도 없는 한 남성에게 이른바 '묻지마 폭행'을 당해 광대뼈가 심하게 함몰되는 등의 상해를 입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라는 이유로 경찰은 용의자 특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 여성은 2일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범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 A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가해자가) CCTV 사각지대에서 의도적으로 다가와 제 어깨를 부딪치면서 욕을 하고 가격을 했다는 것 자체가 계획적인 범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남성이 제 오른쪽 어깨를 의도적으로 굉장히 세게 치면서 욕을 했다. 제가 너무 무섭고 놀라서 '지금 뭐라고 했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이니까 (이 남성이) 욕을 하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주먹을 날려 제 왼쪽 광대뼈를 가격했다"면서 "저는 그때 안경을 쓰고 있어서 깊은 흉터가 지는 외상이 남게 됐다"고 했다.
A씨는 수사 상황에 대해 "경찰이 힘써서 수사해 주시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제가 답답함을 느낀 부분은 사건이 발생한 시간이 명확히 있고, 목격자 진술도 확보했고, 용의자의 얼굴도 제가 똑바로 쳐다봤기 때문에 인상착의도 확실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찰이 폭행을 당한 곳이 CCTV 사각지대라고 했다. 또 폭행한 장면이 없기 때문에 가해자가 잡혔을 경우에도 '자기는 그렇게 한 적 없다'고 발뺌하거나 '저 여자도 나를 때렸다'라고 쌍방폭행을 주장하면 목격자의 진술이 확실한데도 제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느냐"면서 "왜 그곳에 CCTV가 없어서 제가 이렇게 마음 졸이면서 살아야 할지 그게 억울하고 슬프다"고 했다.
이 여성은 가해자의 인상착의에 대해서는 "나이는 확실하지 않지만 30대 초중반 정도 되는 남성이었다. 키는 178에서 180cm 정도 되고, 얼굴은 조금 하얀 편이었고 쌍꺼풀이 있었다"며 "당시 깔끔한 흰색 면 티셔츠에 베이지 면바지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왁스로 살짝 만진듯한 웨이브 파마였다. 덩치는 좀 있고,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그냥 평범한 30대 남성이어서 더 참담한 기분과 무서움을 느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이 없으면 밤에 가슴이 너무 두근거리고, 숨이 막혀서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저는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이런 일이 다신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 사건을 계기로 경찰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이런 사건이 좀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씀드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