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응급실 전공의 파업에도…의료대란은 없었다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정동훈 기자, 이정윤 기자] "평소에도 바쁠 때는 이 정도 대기 줄이 있어요."
우려했던 의료 공백은 크지 않았다. 전국 인턴ㆍ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휴진에 돌입한 7일 오전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평소처럼 운영됐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는 교수, 간호사 등이 메웠다. 응급실 등 필수 분야에서도 정부가 우려한 의료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7시12분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내 응급실 앞에는 119구급차 다섯 대가 줄줄이 세워져 있었다. 막 도착한 구급차들은 밀려 있는 줄에 응급실 출입문까지 바짝 차를 대고 서둘러 환자를 이송했다. 응급실 출입문 앞에는 이동식 침대에 실린 환자 몇 명이 차례를 기다렸다. 응급실 관계자는 "평소보다 느린 상황은 맞지만 바쁠 때는 이 정도의 대기 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간 후인 이날 오전 8시15분에 다시 찾은 응급실에서는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환자를 안내하고 대기도 대폭 줄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휴진에 따른 타격이 크지 않을 것 같다"며 "외래 진료는 교수들이 보는 데다 교수와 간호사들이 더 바빠지겠지만 수술과 병동에서의 대비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는 3, 4년 차 전공의가 담당하는 피부과 일반 진료도 이날 오전 진행됐다.
같은 날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도 진료 공백은 크지 않았다. 전체 전공의 298명 중 255명이 파업에 참여했지만 입원 병동, 응급실, 중환자실 등 전공의의 공백이 생기는 곳에는 임상과별로 교수와 임상강사가 투입됐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오늘 하루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외래진료에는 전공의들이 참여하지 않아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들도 큰 불편이 없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도 상황은 같았다. 대기 환자 명단과 예상 대기시간을 알리는 안내판에 '10분 상담 지연' 등이 뜨기도 했지만 이례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전공의들이 맡아온 입원환자 관리에도 영향이 크지 않았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입원 전담 전문의 제도가 있는 만큼 기존에도 전공의 대신 내과 전문의가 병동에서 입원 환자를 전문적으로 돌보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입원환자 관리를 위해 병동별로 교수를 지정했다.
전공의 인력이 빠지면 타격을 입는 분야 중 하나가 수술 일정이다. 병원마다 대체 인력 여부와 준비 상태에 따라 파행 여부가 갈렸다. 서울대병원은 수술 일정에 차질이 없었지만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약 18건의 수술 일정이 변경됐다. 병원업계 관계자는 "수술 시 전공의의 역할은 백업 수준"이라며 "다른 인력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병원에서는 정부가 전날 경고한 대로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날 오전 9시 외래진료가 시작된 서울대병원 본관 내과 진료실 앞에는 200여명이 넘는 환자들이 대기했다. 진료를 기다리던 한 환자는 "평소보다 20~30분은 더 기다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8일 오전 7시까지 이어지는 집단휴진에는 전국 병원 200여곳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1만6000여명 중 70~80%가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 모여 대규모 집회도 열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기존 태도를 유지했다. 오는 14일 대한의사협회의 총파업도 잇따라 예정된 만큼 정부는 의료공백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지난달 23일 여권이 의대 입학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매년 400명씩 늘리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지역 의료기관의 의사 부족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