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클로즈 "여성은 꿈을 쫓아야 한다" 감동 소감 [★비하인드]

스타뉴스 / 전형화 기자

2019-01-12 10:00:00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글렌 클로즈/AFPBBNews=뉴스1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글렌 클로즈/AFPBBNews=뉴스1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열렸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으로 영화와 TV시리즈로 나눠 시상한다. 영화는 드라마와 뮤지컬 코미디 부문으로 나눠서 상을 준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이라 불릴 만큼 권위를 자랑한다.

이날 시상식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선 단연 '보헤미안 랩소디'의 수상이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화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두 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앞둘 만큼 큰 사랑을 받았기에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은 눈길을 끌었다. 한국계인 산드라 오가 아시아계 최초로 TV시리즈 부문에서 '킬링 이브'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도 화제였다. 이날 MC까지 맡은 산드라 오는 한국어로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더 와이프'로 골든글로브에서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받은 글렌 클로즈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71세인 글렌 클로즈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영화 관객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온 대배우다. 그런 그녀지만 상복은 유달리 없었다. 골든글로브 영화 부문에선 이번이 5번째 후보 지명에 첫 수상이다. TV 부문에선 두 차례 받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6번 후보로 지명됐지만 지금까지 상을 받은 적은 없다. 늘 경쟁자가 메릴 스트립이었다.

이번 골든글로브에서도 여우주연상 유력한 후보는 '스타 이즈 본'의 레이디 가가였다. 글렌 클로즈는 수상을 전혀 예상 못한 듯 이름이 불리자 깜짝 놀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레이디 가가가 글렌 클로즈에 다가가 수상을 축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글렌 클로즈의 수상이 조명된 건 단지 지금껏 상복 없던 노배우가 상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그녀의 수상 소감 때문이었다. 글렌 클로즈가 소감을 밝힐 때 카메라는 시상식장에 앉아있는 여배우들을 따라갔다. 누구는 고개를 끄덕이고, 누구는 눈물을 흘리며, 누구는 박수를 쳤다.

글렌 클로즈에게 상을 안긴 '와이프'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남편에게 가려진 아내의 이야기다. 문학적인 재능이 뛰어 났지만 남편 내조로 일생을 보낸 데다 남편의 불륜까지 알아챈 역할이다. 남성 예술가들에 가려진 수많은 그들의 파트너였던 여성 예술가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글렌 클로즈의 소감은 이랬다.

"이런 세상에! 정말 고마워요. 정말 영광입니다.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는 14년이 걸렸네요. 내 뒤에서 '이건 멋진 이야기이고, 우리는 이 영화가 만들어질 때까지 버텨야 해!'라고 말해준 아주 멋진 케빈과 프랭클린이 아니었다면 전 14년을 기다릴 수 없었을 거예요.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이 영화 제목은 '아내'(와이프) 입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14년이 걸린 이유가 어쩌면 그 제목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난 이 영화 캐릭터 내면을 연기하기 위해서 아버지께 자신의 인생 전부를 바쳤던 우리 어머니를 생각했어요.

80대인 우리 엄마는 언젠가 내게 '난 아무것도 성취한 게 없어'라고 말했었죠. 그건 옳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모든 경험을 통해 배웠던 것은 여성들, 그러니깐 우리는 양육자라는 것입니다. 그게 사회가 우리(여성)에게 기대하는 것들이죠.

우리에게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죠. 운이 좋다면 남편이 있을 수도 있고, 파트너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개인적인 성취를 찾아야만 합니다. 우리도 우리의 꿈을 쫓아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넌 할 수 있어, 마땅히 그래야만 해'라고 말해줘야 합니다.

난, 어릴 적에 권투선수가 될 운명이란 걸 알았던 무하마드 알리와 다를 게 없다는 걸 똑같이 느꼈습니다. 초기 디즈니 영화들과 헤일리 밀스를 보면서 내가 배우가 될 운명이라고 느꼈어요.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저에게 말했어요. 그리고 난 오늘 여기에 서 있습니다. 이제 9월이면 제가 배우로 살아간 지 딱 45년이 되네요. 내게 이보다 더 멋진 삶을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글렌 클로즈가 "우리(여성)는 우리 스스로에게 '넌 할 수 있어, 마땅히 그래야만 해'라고 말해줘야 합니다"라고 말할 때 객석의 여배우들은 전부 일어나 힘찬 박수갈채를 보냈다. 손바닥이 부서져라 박수를 치는 많은 여배우들의 손목에는 '타임스 업'(성폭력과 성차별 시대는 갔다) 팔찌가 걸려 있었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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