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김보라 감독 "영화 보고 마음껏 웃어주시길"[★FULL인터뷰]

스타뉴스 / 김미화 기자

2019-08-25 09:00:00

'벌새' 김보라 감독 / 사진=김휘선 기자
'벌새' 김보라 감독 / 사진=김휘선 기자


영화 '벌새'는 한국의 이야기고, 나의 이야기고 우리의 이야기다.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인듯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서 보편적인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1994년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 '벌새'로 세계 영화계에서 먼저 인정받으며 '25관왕'의 기록을 세운 김보라 감독(38)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벌새'는 김보라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단편 영화 '리코더 시험'(2011) 이후 7년 만인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으며 넷팩상을 수상했던 '벌새'는 해외영화제 수상소식을 부지런히도 전해왔다. 그렇게 '벌새'는 그 자그마한 몸에 '25관왕'이라는 장식을 달고 관객을 만나게 됐다.

'벌새'는 1994년 한국에서 살아가던 14살 중학교 2학년 소녀 은희(박지후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 소녀의 감성과 그 소녀를 둘러싼 가족을 통해 영화는 개인과 가족, 사회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너무나 한국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모든 사람들에게 와 닿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먼저 인정받은 것을 보면 한국적 감성 그 바닥에 세계 공통의 감성을 담고 있다. '벌새'가 이처럼 개인적이면서 보편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것에는 김보라 감독의 '지독한' 노력이 있었다.

개인적인 은희의 모습에서,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감성을 끌어낸 것 같다.

▶ 제가 해외를 다녀보니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더라. 이탈리아의 경우 최근에 다리가 무너졌고, 미국 트라이베카 영화제서는 911을 언급하셨다. 일본도 재해가 많다. 그것이 인재든 자연재해든, 성수대교를 자신들 나라의 재해로 치환해서 봐주시더라. 이 영화가 공감이 되는 것은 누구나 보편적인 욕구와 본질을 찾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은희와 영지 선생님과의 관계가 너무 아름답다고 하더라. 스페인에서 한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저에게 쪽지를 줬다. '은희는 나고, 내가 거기에 있고, 나도 당신의 마음을 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말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저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은희가 불쌍하다거나, 한국 여성이 억압 받았느냐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서구의 관점에서 불쌍한 아시아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어느 나라에나 있는 폭력과 억압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진실을 찾아가느냐 하는 보편성을 봐주시는 것 같다.

'벌새' 김보라 감독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벌새' 김보라 감독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이렇게 평범하고 작은 이야기로부터 보편성을 끌어내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 제가 이야기를 하면 저를 집요하다고 생각하신다. (웃음) 사실 시나리오에서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 제가 유학을 갔다와서 외국인 친구들이 많다. (김보라 감독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대학원 영화학과를 나왔다. ) 시나리오를 쓴 뒤 영어로 번역해서 많은 분들에게 보여줬다. 연령대도 다양하게 모니터링 받았다. 중학생부터 70대 저희 학교 교수님까지, 또 인종도 아시아부터 미국 유럽까지 다양한 국적과 나이대의 사람들에게 모니터를 받아보니 데이터가 나오더라. 나라마다 다른 것도 있지만 공감되는 지점도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 듣다 보니 대부분 비슷하게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것들이 나왔다. 그렇게 모니터하면,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야기도 해주더라. '나는 이때 이랬다'라고 이야기 해주는 그게 참 좋았다. 그런 데이터를 모으는 게 저에게는 강박적으로 느껴질만큼 중요했다. 그래서 그냥 나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서사화하고 영화화하는 것에 큰 힘이 됐다. 누군가는 저에게 집요했다고 하는데, 저는 모범생 같은 면이 있다. (웃음)

첫 장편영화로 이렇게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 극찬받는 것을 보며, 감독님이 천재적인 감성을 가진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피나는 노력이 있었구나 싶다.

▶ 저도 제가 천재면 좋겠다. (웃음) 하지만 아니다. 저는 노력파다. 모차르트는 아니고 살리에르다. 그래서 저는 더 집요하게 준비했다. 시나리오 모니터링도 그렇지만, 평소에 저 자신을 관찰하는 것도 좋아하고 남들 관찰하는 것도 좋아한다. 일기도 자주 쓰고 나를 진짜 들여다보면 남을 알게 되더라.

/사진='벌새' 스틸컷
/사진='벌새' 스틸컷


영화 공개 후 굉장히 호평받았는데, 가장 마음에 든 평가는 무엇인가.

▶ 안 찾아보려고 노력하는데, 많이 찾아봤다. 한 분이 '벌새'에 유머가 많다고 써주셨다. 저는 그게 좋았다. 사실 저는 삶에서 유머가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다. 물론 진지한 것도 중요하지만 웃는 것도 제게 중요하다. 그래서 '벌새'에도 나름 유머를 많이 넣었다. 제 나름의 건조한 유머들을 넣었는데, 관객들이 웃으실 때 기뻤다. 사람들이 '벌새'가 진지한 영화기 때문에 웃기지 않다고 생각할 수 도 있는데 웃긴 장면에서는 마음껏 웃어주면 좋겠다. 삶이라는게 진지할 수만은 없다. 웃기고 냉소적이고 재밌기도 하다. 저는 제 영화를 너무 진지하게 보지 않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반응 보이면 좋겠다.

가편집이 3시간 30분이었는데, 2시간 18분으로 편집했다. 어떤 장면들이 빠졌나.

▶ 극적인 사건은 아닌데, 등장인물이 많다 보니 각자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더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삭제하고, 성수대교 이야기도 더 많았는데 뺐다. 3시간 30분은 저도 좀 지루하다고 생각했고 당초 2시간 44분 버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고민하다가 2시간 18분으로 개봉하게 됐다. 베를린 영화제 직전까지도 고민했다. 고쳐서 낼까 하고 고민했는데, 1년 정도 편집하다보니 체력적인 한계가 왔다. 그래서 2시간 18분이 이 영화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멈췄다. 먼 훗날 다른 시간의 버전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지막 성수대교 장면은 길지 않으면서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 그 장면은 새벽에 찍어서 졸렸던 기억이 난다. (웃음) 그 당시에도 뭔가 이 씬을 찍으면서 잘나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배우들 표정 연기가 좋았고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시간대가 주는 마법도 있었다. 제가 CG후 부산에서 그 화면을 봤을 때, 저도 영화를 보면서 엉엉 울었다. 우리조차 애도하지 못했던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그런 게 씻겨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영화가 현실적인데, 가장 첫 장면은 상징적이다. 은희가 902호의 문을 두드리는 장면은 어떤 의미인가.

▶ 첫 장면은 시간대도 구체적 시간대가 아니고 따로 떼어져 있는 섬 같은 장면이다. 이 영화는 은희가 물리적 집이 아닌 마음 속 집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찾기 힘든 여정인데, 은희가 처음 집을 찾지 못하는 얼굴에서 마지막에 마음 편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계획이었다.

/사진='벌새' 스틸컷
/사진='벌새' 스틸컷


벌써 부터 감독님의 다음 영화에 대한 요청이 많다. 다음 작품도 '벌새'처럼 지독한 시나리오 모니터링을 받으려면 오래 걸리는 것 아닌가.

▶ 감독님들 중에는 대단한 자기 확신이 있으신 분도 있는데 저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다음 영화는 모니터를 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웃음) 사실 저는 '답정너'다. '벌새'도 결국 구조는 결국 초고랑 비슷하다. 빠진 캐릭터도 있지만 비슷하다. 단지 모니터링을 통해 이 이야기가 보편적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신들을 좋아하는지 확인 사살을 했다. 다음에는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될지 고민을 하고 있다.


김미화 기자 letm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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