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형으로 부르면 성희롱일까…인권위 판단은?

뉴스큐브 / 유창호 기자

2019-07-11 08:27:58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성희롱 시정권고 사례집'을 지난 10일 공개했다.  비교적 최근 사례 속에 담긴 인권위의 판단은 여전히 일상 속 빈발하는 성희롱 논란을 바라보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인권위에 따르면 이번 사례집에는 2016년 1월1일~2017년 12월31일 시정권고 결정이 이뤄진 성희롱 사건에 대한 내용들이 담겼다.


특히 발언한 쪽에서 무심코 내뱉었다고 주장한 내용도 성희롱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제시된 경우도 여럿 존재한다.


일례로 인권위는 술자리에서 "나이 사십이나 돼가지고 성관계도 못하고 불쌍한 인간이다", "사십 돼서 성관계 안 해봤으면 그거 바보 아닌가" 등의 발언을 한 것을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발언에 대해 인권위는 "명확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일정한 논리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성희롱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성적 모욕감과 불쾌감은 물론 인격적인 모독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직장 선배가 후배에게 "여자친구 생일선물을 샀는데 보여줄까"라면서 휴대전화에 있던 마네킹이 티팬티를 입고 있는 사진을 보여준 것 또한 성희롱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인권위는 당사자의 항의가 있었던 점을 지적하고 "엉덩이 전면을 드러내는 형태에서 선정적인 속옷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고 상위직급 연장자 남자 직원이 10년 이상 어린 여직원에게 일반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은 아니다"라고 했다.


회식자리에서 부서장이 여직원을 기관장 옆에 앉게 한 뒤에 "술을 따라 드리라", "고기를 구워 접시에 올리라"고 한 것 또한 성희롱이 될 수 있다고 제시됐다.


이에 대한 인권위의 판단은 "어쩔 수 없이 기관장 옆자리로 옮겨 앉게 된 것부터 여성 입장에서는 불쾌감과 모욕감이 느껴지는, 원치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또 선물로 받은 핫팩을 '가슴에 품고 다니라'고 발언한 것도 성희롱으로 지적됐다.  핫팩은 주로 손에 쥐거나 주머니에 넣어 사용하는 것인데 굳이 민감 부위인 '가슴'을 말한 것은 성적인 뜻이 내포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악수하던 중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간지럽히거나 긁는 행위는 "성관계 제의를 의미한다고 인식되기도 하고,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주기 충분하다"는 이유로 성희롱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외 기혼자가 미혼의 여성 부하 직원에게 좋아한다는 감정을 표현한 그 자체, 여성 직원의 손을 잡아 다른 남성 직원의 가슴에 닿도록 끌어당기는 행위 등도 성희롱 사례로 언급됐다.


아울러 갑자기 여직원의 팔을 잡은 경우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 달라는 의미라고 주장한 경우나 배우자와 이혼하고 결혼하겠다는 말에 대해 상대방이 농담으로 받아들여 맞장구를 친 경우라도 상황에 따라 성희롱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외 장애인복지시설 시설장이 공익근무요원에게 즐겁게 놀자는 뜻으로 손을 끌어 노래방 도우미의 가슴에 가져다 댄 행위, 36세 남성 강사가 16세 여학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담긴 수회의 하트 등도 성희롱이 될수 있다고 봤다.


부하 직원이 업무 지시로 직장 상사의 컴퓨터를 들여다보던 중 열람한 메신저 내용에서 성적 비하 발언을 발견한 경우, 상사가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은 온전한 사적 대화라기보다는 조치가 필요한 성희롱 행위라고 봤던 사례도 거론됐다.


또 "한국 여성들이 외국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게 커서 좋아한다"는 직장 내 발언 역시 직원 사이의 일상적 대화 수준을 벗어나고 의도와 무관하게 성적 함의가 충분하다는 등의 이유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인권위는 여성의 몸무게를 언급하면서 놀리고 '형'이라고 부른 것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외모 비하에 해당해 듣는 이에게 불쾌감을 줄 수는 있겠으나 성적 비유나 성적 굴욕감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직장 상사가 짧은 치마를 입은 여직원이 휴게실과 복도 등에서 무릎담요로 허벅지 부위를 가리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복장지도 차원에서 '벗어'라는 말을 수시로 했던 것은 성희롱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불쾌하거나 당황스러운 감정을 느꼈을 수는 있겠으나 성적 대상으로 취급했다거나 성적 함의를 가지고 '벗어라'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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