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여행] 고려청자를 닮아 청아하고 고귀한 비색(翡色)도시 '전남 강진'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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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소 농가 전경.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강진=스포츠서울 양미정 기자] “전라남도 강진, 땅끝마을 근처 아냐? 멀다 멀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흔들리는 차창을 2시간쯤 바라보면 나주역에 도착한다. 나주역에서 차량으로 30분 남짓이니 강진은 더이상 먼 여행지가 아닌 셈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관광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전남 강진군.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은 군은 관광업 종사자들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교육, 과감한 인적·물적 자원 투자로 강진을 ‘재방문하고 싶은 여행지’로 발전시켰다.

누군가 기자에게 “그동안 가본 여행지 중 딱 한 곳만 재방문할 수 있다”고 한다면 주저 않고 ‘강진’을 선택하고 싶다.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하고 맑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감성여행지 강진, 외가댁이 떠오르는 넉넉하고 푸짐한 몸과 마음 충전소 강진, 한정식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문화자원급 맛의 고장 강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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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길.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어딜 찍어도 포토존이네~ ‘보은산 수국길’
강진에 도착하자마자 향한 곳은 ‘보은산 수국길’이다. 강진은 전국 수국의 45%를 생산하고 유통·판매하는 수국마을이다. 우리나라 최대 수국농장도 이곳에 있다. 수국은 ‘변덕’이라는 꽃말처럼 토양 산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재밌는 특성을 지녔다. 산성 토양에서는 청색을, 알칼리 토양에서는 붉은색을 띤다. 토양 성분에 따라 하늘·분홍·베이지·연두색을 나타내기도 한다. 지금 보은산 수국길에 가면 둥글둥글 풍성한 수국을 눈에 실컷 담을 수 있다. 수국 꽃다발 만들기 체험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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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재 저잣거리.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다산 정약용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조선실학의 산실 ‘사의재’
사의재(四宜齋)는 다산 정약용이 1801년 강진에 유배 와서 처음 묵은 곳이다. 정조대왕의 승하 후 천주교 교난으로 강진에 유배 온 정약용은 천주쟁이로 손가락질을 받으며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지만 주막집(동문매반가) 주인 할머니의 배려로 다행히 골방 하나를 거처로 삼는다. 사의재는 “네 가지를 올바로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서 네가지는 생각과 용모, 언어와 행동이다. 다산은 이 네 가지를 바르게 하도록 자신을 끊임없이 경계하며 교육과 학문연구에 몰두했다. 다산은 목민심서를 비롯한 500여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후학들을 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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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만난 시간 프로젝트.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강진군은 사의재 주막터, 청년 창업자들이 입점한 공방을 연계해 ‘사의재 저잣거리’라는 복합문화공간을 구성했다. 이곳에서는 먹거리, 볼거리, 체험거리, 숙박시설까지 한 번에 해결된다. 매주 주말 이 저잣거리에서 마당극 ‘조선을 만난 시간 프로젝트’가 펼쳐지는데, 특히 할로윈데이에는 재현배우들이 처녀귀신, 도깨비, 구미호, 저승사자, 염라대왕 등으로 변신해 가장 한국적인 할로윈 이벤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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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박물관.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청자 국보·보물 80% 담당하는 강진의 자랑 ‘고려청자박물관’
우리나라에서 발굴되는 청자(국보와 보물)의 70~80%는 강진산이다. 현재도 청자 대다수는 강진에서 만들어진다. 우라나라에 현존하는 청자가마터의 절반 이상이 강진군 대구면과 칠량면에 분포해 있다. 강진군은 1997년 고려청자의 체계적인 관리와 연구를 위해 고려청자박물관을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청자를 접하고 빚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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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도 짚트랙을 타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아름다운 섬 ‘가우도’
가우도는 가고 싶은 전라남도 섬으로 4년 연속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될만큼 아름다운 전망과 다양한 액티비티를 자랑한다. 가우도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생태탐방로 ‘함께해(海)길’은 산과 바다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천혜의 트레킹 코스다. 현재는 등산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모노레일을 설치 중이다. 등산으로 인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찰나, 25m 높이 청자타워에서 짚트랙을 타면 땀방울과 스트레스가 시원하게 날아간다. 973m를 순식간에 횡단하며 내려오는 하늘길은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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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소 농가 마당.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코로나 블루로 쌓인 스트레스, 여기서 ‘푸소’~
푸소(FU-SO;Feeling Up-Stress Off)는 현지인과 함께 생활하며 강진의 문화, 관광, 체험 등을 경험하는 체류형 생활관광이다. 1인 15만원(하루 2만1500원)에 일주일 숙박과 하루 두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으니 이보다 저렴한 관광은 국내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국비 지원 덕분에 훌륭한 식사와 시설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중간에 숙소 변경도 가능하다. 전기자전거를 무료로 빌려 아름다운 한옥마을을 탐방할 수도 있다.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벌써 300여 건의 예약이 이뤄졌다고 하니 마음먹었을 때 떠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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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소 농가 주민이 방문객을 환영하고 있다.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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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소농가에서 먹은 조식.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푸소농가가 모인 달빛한옥마을은 10년 전 조성된 한옥 전원주택 단지다. 이곳에서는 한옥이 아니면 집짓기가 불가하다. 기자가 방문한 곳은 월출산 인근 ‘달빛 한모금’이다. 마치 외가댁을 떠올리게 하는 이곳에서의 12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버렸다. 곽채정 김정자 부부는 따사로운 정과 든든한 음식으로 몸과 마음의 굶주림을 채워줬는데, 조식을 위해 새벽 4시부터 음식을 준비했다고 한다. 식사 내내 친손녀를 챙기듯 “이것 좀 드셔 보소. 저것도 같이 잡숴 보소. 직접 재배한 블루베리인데 요거트에 한 스푼 들어보소”라며 넉넉한 인심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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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생가 전경.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국내 최초 녹차 상표 백운옥판차 역사 담은 ‘이한영 생가’
월출산 자락에는 우리나라 차 역사의 맥을 이어온 이한영의 생가가 있다. 이한영은 다신계(정약용의 제자들이 다산을 위해 맺은 사제 간 신의)의 막내 제자 이시헌의 후손으로, 1890년대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녹차 상표인 백운옥판차를 선보였다. 백운옥판차는 야생에서 하나하나 채취하기 때문에 수확량이 매우 적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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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옥판차.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백운옥판차는 현재 이시헌·이한영의 후손인 이현정 이한영전통차문화원장이 관리하고 있다. 문화원이 직영하는 ‘백운옥판차 이야기’에서는 백운옥판차를 맛보고 그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이현정 원장은 “다신계 제자들은 유배를 마치고 돌아간 다산에게 월출산에서 수확한 금릉월산차를 해마다 보냈다고 한다. 정약용 선생의 제다법이 우리 집안에 전승된 후 현재까지 같은 방식으로 차를 만들고 있다”며 “일제강점기에 잠시 일본차로 둔갑한 적 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차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백운옥판차라는 한국 최초의 상표를 만들어 포장방법을 고안해 상품화했다. 독립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뒷면에는 한반도 모양의 꽃문양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certa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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